정부, 여소야대 심화에 친기업정책 기조 유지 난항
야당, 세수 부족 사태에 법인세 인하 정책 철회 요구 전망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두고 국정조사 카드 꺼내···총수 줄세우기 우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가 4·10 총선의 결과로 ‘거대 야당’으로 구성될 22대 국회의 이달 개원을 앞두고 비상사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친기업 정책에 야당이 제동을 걸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경제계를 위한 개정안 등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다.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야당에서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예고하면서 주요 기업 총수들이 국회에 불려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생긴다.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준비에도 바쁜 와중에 국정조사까지 대응해야할 수 있어, 각 기업 대관 조직 등은 매우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192석을 차지했다. 21대 국회보다 여소야대 구도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정부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 투자 확대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이 좌초될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세 1% 인하부터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췄다. 중견·중소기업 등에 적용되는 세율도 같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시행 첫 해부터 어려움을 만났다. 국내 법인세의 4~5%, 많게는 1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태가 벌어져서다. 법인세는 기업이 이익을 달성했을 때 내는 세금인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조5300억원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삼성전자의 납부 법인세가 ‘0원’이었던 것에 더해 법인세 인하 여파까지 겹쳐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기조의 대대적 수정과 확고한 추가 세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올해 3월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상속·증여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일률적 할증을 폐지하고 최고 상속세율을 낮추는 내용이 담긴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안도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기업집단이 1세대를 지나 2·3세대로 이어지면서 상속세 납부 때문에 혁신이나 임직원 처우 개선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굳건한 개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 법안 개정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부의 세습’을 정부가 허용하는 것이라며 반대 중이어서, 22대 국회에서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총수들이 과거처럼 국회에 줄줄이 등장하는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600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고도 성과를 올리지 못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달초 부산에서 열린 ‘부·울·경 총선 승리 보고 대회’에서 “22대 국회가 열리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 최종 결과물은 참혹한 실패였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야당의 국정조사 시도에 재계는 비상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은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국정조사가 현실화된다면 야당 측에서 총수들을 국회로 부를 수도 있다.

올해 국정감사도 재계의 숨통을 조른다. 4·10 총선 당선자의 약 44%는 초선이다. 일반적으로 초선 의원들은 향후 본인의 정치 생명 및 방향성을 위해 많은 정책을 발의하고 국정감사에서 유력 인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전 국정감사 시즌에도 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은 사회 유력인사인 재계 총수를 국회로 부르기 위해 수차례 증인으로 신청한 전례가 있다.

주요 기업은 22대 국회의 반기업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여의도팀’을 구축하는 등 발빠른 대응책을 마련해 활동 중이다. 정부 및 국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국정감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으로 우리나라가 또다시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범야권이 기업들을 옥죄는 수많은 제재를 강화하거나 새롭게 발의할 수 있어 대관 조직을 중심으로 여의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국정조사와 감사 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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