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논란 속 보수당 승리 필수요건인 중도층표 못 끌어와
야당 간 선명성 경쟁 심해질 듯···상속세 개편 등 정부 추진하려던 재계 정책 영향 불가피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총선은 결국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습니다. ‘여소야대’ 상황 자체는 선거 이전과 변한 것이 없지만,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 봐도 정부여당이 많이 점수를 잃은 것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이번주는 지난주 '총선 전 궁금증' 이야기에 이어 '총선 후 궁금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불과 한 달 새 여야 판세 급격히 바뀌었다?

이번 선거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여야 상황이 약 한 달 기간 동안 뒤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총선 불과 40일여일 전만해도 국민의힘은 내부서 160석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매끄러운 공천 과정 등을 보이며 그야말로 순항 중이었는데요. 이처럼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 이유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불통 행보가 민심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 같습니다.

이종섭 전 호주 대사 도피 논란과 그 해명 과정, 2000명 증원에 매몰돼 불통 이미지만 부각되고 산으로 간 필수과 의료개혁 논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 막말 파문 등이 겹치며 합리적 판단을 중요시하는 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줬고 결국 이 같은 결과가 이뤄졌다는 것이죠.

한 정치권 인사는 “대한민국은 정치 지형상 보수당은 중도층들을 최대한 흡수하지 못하면 필패하게 돼 있다”며 “중도층은 극단적인 언행, 불통, 비합리적인 방식 등을 혐오한다”고 전했습니다.

◆출구조사는 왜 틀렸나

출구조사는 비교적 여론조사와 달리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이번 총선에서 이슈가 된 부분 중 하나는 이 출구조사가 상당히 빗나갔다는 것입니다. 출구조사에선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 나경원 후보 등이 패배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결과가 뒤집혔죠. 해당 이유는 여러가지가 꼽히는데 다 합쳐서 계산하는 대선과 다른 총선의 특성도 있고, 출구조사로 파악할 수 없는 사전투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 큰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지상파 3사가 출구조사에 쓰는 돈이 72억원이라고 하는데요. 뭔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입니다.

◆야당 간 선명성 경쟁 거세진다?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볼 점은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으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도 아니었고 의미 있는 의석 수를 얻은 만큼 독자적으로 세력강화에 나설 공산이 커 보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성 정당이 복수가 되며 국회가 21대보다 더욱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향후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로 선명한 야당임을 강조하며 경쟁하듯 지지자들 확보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기업들 영향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야당 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에서 재계와 관련해 정부가 진행하고자 했던 기업 관련 정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상속세 개편은 국회를 거쳐야 가능한 것이었기에 사실상 어렵게 됐고요. 여당이 추진하려던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 역시 사실상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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