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네이버 서비스 위탁 종료···기술독립 추진”
신중호 라인야후 CPO, 이사직 사임···라인야후 한국인 이사 ‘0명’

네이버 본사 사옥. /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본사 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대표(CEO)가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자와 CEO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실적발표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단 점을 밝혔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 중이란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 정보 유출 이후 네이버에 맡긴 정보기술(IT) 인프라 업무를 분리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데자와 CEO는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매각 건과 관련해선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협상을 진행 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라인야후는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 서비스를 기획 및 총괄해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라인야후 이사회에 한국인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신 CPO와 함께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오케타니 타쿠 이사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라인야후 사내이사는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고, 사외이사는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

이데자와 CEO는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개선과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를 한 명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늘려 보다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갖춘다”며 “경질로 여기진 말아달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약 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A홀딩스에 50%씩 출자했다. 양사가 라인야후의 실질적인 모회사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라인은 일본 월이용자수(MAU)가 9600만명에 달하는 일본 국민 메신저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유지하면서 핀테크, 이커머스,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이 상황에서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의사 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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