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공의, 전제조건 내세워 현장 복귀 검토···정부 “전공의 복귀자 이틀 새 20명” 밝혀
임현택 의협 회장,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 추진···전공의 참여시켜 정부와 협상 나설지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5월 들어서도 의정갈등이 진행되는 와중에 의료계에 일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일부지만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 복귀를 거론하고 있고 정부도 전공의 복귀 현황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발생한 전공의 파업 사태가 70여일 진행된 상태다. 이에 환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 전임의들은 육체적 정신적 과로를 토로하고 있다. 이에 규모는 적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진료 현장 복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도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현장 복귀를 검토하는 전공의 중 한 명으로 파악된다.
류옥 씨가 언급한 복귀의 전제조건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시할 예정인 합리적 의대 증원 추계를 정부가 검토하는 것이다. 증원 추계는 1년 여 기간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대외적 명분만큼 정부가 의료계를 향한 강경한 언어와 태도를 자제하고 전공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채널 즉 언로를 마련해주면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류옥 씨 입장이다. 정부가 전공의와 소통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류옥 씨는 “(의료대란으로) 큰 피해를 보는 건 환자인데 이대로 파국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싶다”며 “저 혼자 힘으로만 될 리 없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전공의 목소리를 모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동향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고 환자 불안도 커지는 현실에서 일부지만 전공의들이 현장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정상 이달 하순 이후 복귀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가능성 등 현실적 여건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상황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상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전공의 복귀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지난달 30일 570여명에서 전날 590여명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현 대전협 집행부가 공식적으로 기존 의대 증원 전면 재검토 주장을 지속하고 있어 당장 많은 숫자의 전공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과 전망도 있다.
전날 취임식을 마친 임현택 의협 회장이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 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협의체는 의협 외에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전협, 의대생 단체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의료계에 한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해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작 정부는 그동안 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단 위원장이 전날 개최된 의협 상임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협의체 구성이 만만치 않은 과제임이 확인됐다. 박 위원장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대전협이 임 회장과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임 회장은 “지금부터 (협의체 구성을 박 위원장과)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진행 중인 사안임을 설명했다.
이처럼 협의체는 구성부터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임 회장이 향후 정부와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가 최근 SNS을 통해 “사태가 빨리 잘 해결되길 원하는 국민과 환자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얽힌 매듭을 잘 풀어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임 회장 의중을 현재 단계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이달 말로 예상되는 2025년 의대 정원 최종 확정을 앞두고 의료계가 보이는 일부 변화 조짐이 전체로 확대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강경파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들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단체 관계자 C씨는 “환자들은 소수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상황을 적극 환영한다”며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상황을 지켜봐야 향후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