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포인트 인하 첫해, 삼성전자·하이닉스 ‘0원’ 납부 현실화
민주당 “세수 부족 사태에 정책 기조 전환·세수 대책 마련해야”
삼성 일부 임원 ‘주 6일제’·SK 토요사장단회의 부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친기업 정책 기조가 올해 4·10 총선 결과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분쟁으로 인한 경기회복 둔화 등의 악재에 더해 국내에서도 정치권 판세 변화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주요 기업집단은 ‘짠물경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한 모양새다.

현 정부는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와 투자 확대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을 추진해왔다. 출범 첫 해 진행한 세제 개편안에 따라 올해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법인세 납부율이 약 1%포인트 인하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올해 법인세 ‘0원’ 납부가 현실화되면서 세수 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는 기업이 이익을 기록했을 때 내는 세금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불안에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1조5300억원, SK하이닉스는 4조67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로 인해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납부할 법인세가 없던 적은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세수 전망이 어두워진 것도 이들 기업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왔던 삼성전자 등이 올해는 한 푼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맞춰 법인세 인하가 시작된 첫 해부터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 사진=삼성전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법인세 인하 등의 여파로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친기업 정책 기조의 전환과 확고한 추가 세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법인세수 상황이 초비상”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수 부족 상황은 상당히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라며 “원안대로 3%포인트를 낮췄다면 더 큰 재정 위기가 왔을 것이다. 친기업 정책 기조 변화와 안정된 세수 기반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총선 이후 시작된 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를 예의주시하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기업을 둘러싼 주위 환경이 22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급변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 태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 임원진은 ‘주 6일제 근무’를 실시 중이다. 이달 20일부터 주말 중 하루를 출근해 근무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불안한 경영환경에 맞서 조직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는 지난 2000년 7월, 주 5일제 도입 후 사라진 ‘토요사장단회의’를 부활시켰다.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모여 진행하던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월 1회 평일’ 개최에서 격주 토요일로 바꾼 것이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한화 역시 해외 출장 및 전시회 참여비용을 기존 계획보다 약 30% 삭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아끼고 줄일 수 있는 분야부터 비용절감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뚜렷한 시장 및 실적 개선 이슈가 확보되기 전까지 현재의 어두운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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