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리재정수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악화
국가채무 GDP 50% 돌파, 건전재정 기조 무색
전문가 “감세 지속시 정상적 재정운용 어려워” 
“투자 증대 등 감세효과, 제도보완 선행 우선”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해 세수 감소 영향으로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정부 감세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문가들도 현 경기침체 국면에선 감세가 제 효과를 보기 어렵기에 조세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외 자회사 배당소득 과세 등 감세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단 조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의결한 국가결산보고서상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약 87조원으로 당초 예산안(58조2000억원)보다 약 29조원 초과했다. 이는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조기 상환해 일반회계에 전입한 금액(20조원)과 지방정부에 미지급한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부금(18조6000억원)을 제외한 결과다.

이들 금액을 포함하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25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전년 관리재정수지 적자(117조원) 규모보다도 많다.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건전재정이 무색한 수준이다. 

또,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누적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인 1126조원으로 1년 만에 약 60조원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을 무릅쓰고 낙수효과를 노린 감세를 정책 전면에 내걸었다. 기업 부담을 낮춰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단 취지였지만 오히려 세수감소, 재정악화 등 역효과만 낸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국가채무 및 관리재정수지 통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가채무 및 관리재정수지 통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감세정책이 적절한 방향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22~2023년 경기 하강기와 맞물려 감세정책을 하면서 세입이 큰폭으로 감소했다”며 “작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난 것도 세입이 상당히 안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로 들어올 돈도 제대로 안 들어오고 있는데, 오히려 감세로 경기가 더 좋아질 걸 기대하는건 말이 안된다. 감세를 해준다고 기업이 반드시 투자를 많이 하는 건 아니”라며 감세 정책으로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올해는 본격적으로 감세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더욱 세입 기반이 허물어질 것”이라며 “정부 재정정책 실탄이 부족해지고 재정건전성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모순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감세정책 정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란 진단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 87조원 적자였는데 불용예산, 외평기금, 지방교부세 등을 감안하면 실제 적자는 120조원 가까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재정, 세수기반 축소, 적자 수준이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에 국채가 많이 쌓였단 비판을 하면서 건전재정을 내세웠했지만 국채가 늘어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정 교수는 “정권이 3년차 들어가면서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감세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감세기조를 되돌리지 않으면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벌린단 기대가 있어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경기가 안좋을 때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효과가 있기 어렵다”며 “지금 환율 등 여건 자체가 국내에서 민간이 주도해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들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증세 전환을 통한 취약계층 보호가 우선이란 조언이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융사나 정유사 등 코로나 시기 이익을 많이 봤던 계층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며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대기업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세액공제를 축소해서라도 재정 여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증세로 재원을 확보한 다음 어려운 계층에 재정지출로 직접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대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단 설명이다. 

감세를 하더라도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단 지적도 있었다. 유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로 나타난 이익에 대해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고 감세를 하는 건 괜찮다. 근데 우리나라는 그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벌고 국내로 가져올 때 배당소득으로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 95% 비과세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감면해준 돈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 개선없이 낙후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증세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그렇다고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단 진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감세정책을 쓸 때가 아니다. 조세제한특례법에 있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줄인단 얘기가 나오는 부가가치세는 규모가 30조원”이라며 “엄청난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도 낮춘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출을 늘릴 시기도 아니다. 정부지출을 늘리면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얘기가 나오는) 25만원 지급도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도 자극한다. 지금 돈이 너무 풀려있어 통계적 효과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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