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 부담 낮출 대안으로 횡재세 ‘당론’으로 추진
실적 하락기에는 ‘나몰라라’·유가 오르면 ‘횡재세’
정치권에 대항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정유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4·10 총선이 끝난 지 12일 만에 정유업계를 겨냥한 횡재세 압박 논의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고유가 시대에서 국민 부담을 낮출 대안으로 정유업계를 상대로 횡재세를 걷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앞선 대선 및 총선에서도 재원 마련책으로 공약한 횡재세를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총선 전까지 잠잠하던 정치권이 횡재세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타이밍’이 맞은 것인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고유가 시대가 다시 찾아와서다.
두 국가의 분쟁으로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래피던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이번 충돌로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국민이 체감하는 휘발유값도 최근 3개월내 최고치다. 23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L)당 1707.54원이다. 맥널리 대표의 예측대로 130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으면 2000원대도 넘어설 수 있다. 고유가 시대의 재도래 예상에 민주당은 횡재세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윤을 환수하겠다는 목표다.
정유업계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을 뿐이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의 하락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적자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정치권에서 어떠한 도움이나 지원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유가가 오르는 낌새만 나타나면 여지없이 정치권에서 횡재세를 부과하려 한다. 정유업계는 스스로 정치권의 ‘봉’이나 ‘호구’라며 자조 섞인 표현까지 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국민을 내세워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걷는 행위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시도다. 기름값은 수요와 공급에 맞춰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 정치권이 개입하면 오히려 가격이 폭등하는 이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만, 정유업계의 경우는 아니다. 정치권에 대항할 경우 횡재세보다 더 큰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다음달 시작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하면,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치권의 정유업계를 향한 끝 모를 횡재세 압박이 언제쯤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