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액정표시장치가 당분간 대세로 자리잡아”
“AR글래스, 음성으로 제어하는 AI글래스로 진화할 것”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증강현실(AR) 기반 스마트 글래스 시장에서 실리콘 액정표시장치(LCoS)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넘어 핵심 소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설계 전문 기업 라온텍은 LCoS 사업을 주력으로 가져가 AR 글래스 시장을 선점한단 계획이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열린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XR 풀스택 포럼’에서 “당분간 AR 글래스에서 LCoS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예전에는 마이크로LED가 AR 시장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최근엔 LCoS가 유리하단 전망이다. 나중엔 마이크로 LED가 다시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LCoS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기존 유리 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해 그 위에 전자회로를 형성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일반 디스플레이와 달리 1인치 내외의 작은 크기에 수천 ppi(pixels per inch)를 구현하므로 고해상도, 고휘도 등 품질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다. 정교한 구동 회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가 들어가는 것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엔 LCoS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한 마이크로 OLED와 LED 기반의 마이크로LED 등이 있다. LCoS에서 마이크로 LED로 갈수록 공정 난이도가 높고 가격이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혼합현실(MR) 시장에서 마이크로OLED가, 가상현실(VR)에서 LCD가 주류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보면 LCoS와 마이크로OLED 이 두 가지가 시장에서 쓰인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더군다나 LCD나 LCoS가 흑백 대비 부분에서 품질이 떨어진단 얘기가 많았는데 LCD를 세그먼트로 나눠서 필요한 부분만 켜는 기술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AR 글래스를 보면 텍스트가 나오는 한 곳만 켜면 되지, 전체를 다 켤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되면 전력 소모도 10분의 1로 줄고 흑백 대비도 10배로 좋아지게 된다”며 “기존에는 마이크로LED가 LCoS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나니까 마이크로 LED가 효율적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AR 글래스에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기술적 과제로 포비티드 랜더링(foveated rendering) 기술을 꼽았다. 포비티드 랜더링은 사용자가 응시하고 있는 부분은 고화질로, 그 외 부분은 저화질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그는 “애플의 비전 프로를 체험해보면 눈을 빨리 돌렸을 때 내 눈이 포커싱하지 않은 쪽의 해상도가 낮아짐을 느낄 수 있다”며 “디스플레이에 포비티드 랜더링을 적용했기 때문인데 이런 기술들이 모든 디스플레이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도 내부적으로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MARC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AR/VR 스마트 글래스 시장 규모는 2023년에 166억달러(22조8000억원) 수준에서 12.4%의 연평균 성장률로 2032년 491억달러(67조43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AR 글래스는 앞으론 'AI 글래스'로 불릴 것”이라며 “스마트안경은 원하는 것을 말로 하면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터치할 필요 없이 AI가 정보를 찾아서 디스플레이에 표시를 해준다. 현재 시제품까진 나와 있지만 실제로 구매해서 사용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텐데, 앞으로 1~2년 안에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