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간 전환지원금 변동 없어
통신사 내부서도 “눈치보며 유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이동통신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거듭 인상해 온 이동통신3사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에 따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이동통신3사 대표이사(CEO)들은 총선 전부터 전환지원금 신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지난달 23일 전환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인상한 이후 추가 인상 없이 금액을 유지 중이다. 현재 정부는 통신요금과 함께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구성하는 단말기 구입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자 간 자유로운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통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도입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거듭 인상을 압박하고 나서자 통신3사가 한차례 전환지원금 최대금액을 높였지만, 이후 별다른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가 당초 기대한 통신3사간 전환지원금 경쟁 촉진이 실효성을 거두는 데 실패했단 평가다.
이같은 정책 실패는 전환지원금 도입 초기부터 예상됐다. 통신3사가 정부의 압박에 따른 전환지원금 제도 도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달말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칫 잘못하면 실제 국민의 통신비가 올라갈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본업인 통신사업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전환지원금 제도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단 점도 통신3사의 전환지원금 유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총선 결과가 여당 참패로 끝나다 보니 전환지원금 규모는 최대한 티 안 나게 이대로 가려는 분위기”라며 “어느 한 사업자가 낮추면 눈에 띌 테니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폐지 및 전환지원금 제도 등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단 시각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단통법 폐지는 사실상 국민을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시지원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도 될 텐데, 단통법 폐지를 내세웠다가 국회 통과가 필요하니 급하게 시행령을 고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마저도 통신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지원금을 무리하게 확대할 리가 없지 않냐”며 “전환지원금도 요금제에 따라 차별화되는 것이다 보니 시장에선 실효성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환지원금, 단통법 폐지 등 정책 향방에 대해 유영상 대표는 최근 “정부에서 판단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 (전환지원금 유지 가능성도) 그 부분도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