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샤페론,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파이프라인 연구 자금으로 활용 예정"
유증 발표 후 주가 급락···기술력 시험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신라젠과 샤페론이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양사의 유상증자 소식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은 크게 실망하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특히 신라젠과 샤페론은 신약 상업화와 기술이전 성과가 없었던 기업인 만큼, 기술력에 대한 회의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달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샤페론 역시 이달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계획한 타임라인에 맞춰 신약 개발에 속도감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다만 바이오 투자 한파와 임상 중단 여파로 시장의 신뢰감이 꺾이면서 목표한 규모의 자금조달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바이오 업계는 투자 혹한기로 기업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개발(R&D) 성과 부진에 따른 만성 적자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줄줄이 상폐 기로에 놓이면서, 바이오 벤처의 ‘기술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매출액 추정치를 앞세워 증시에 입성한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수년째 매출 추정치를 하회하면서 유동성 악화에 따른 재무부담이 약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술력을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의 재평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신라젠과 샤페론은 기술특례상장으로 2016년,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증시 입성 이후 기술이전 계약 체결 건수는 두 회사 모두 ‘0’건에 머물러 있다. 신약 개발 사업에서 그러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임상시험에 필요한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지난달 22일 신라젠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샤페론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증시에서는 단기적인 악재로 여겨진다. 실제 신라젠과 샤페론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당일 주가는 각각 12%, 16% 이상 하락했다.

신라젠 신약 R&D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라젠 신약 R&D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신라젠, 1000억원대 유증 추진

신라젠은 증자계획에 따라 보통주 3450만주가 신규 발행될 예정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3750원이다. 자금 조달 계획에 따르면 전체 1300억원 중 1137억원은 신약 연구개발, 156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목적이다. 신라젠은 이 운영자금을 파이프라인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항암 파이프라인 중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는 ‘펙사벡’,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BAL0891’ 그 외에 ‘SJ-600’ 시리즈 연구개발자금에 880억원, 인건비 등 필수운영자금으로 25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신라젠은 BAL0891 연구개발에 올해 3분기부터 오는 2027년 2분기까지 5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라젠이 사용할 연구개발 자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타법인 취득자금은 자회사인 신라젠바이오에 출자될 전망이다.

신라젠은 핵심 파이프라인인 펙사벡 적응증을 확장 연구에서 기술이전을 도모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포부다. 현재 펙사벡 신장암 임상 2상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과 기술이전을 포함해 공동개발 등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BAL0891 임상에 주력하고 펙사벡 적응증을 확장 임상들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게 됐다”며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에 쓸 현금 실탄을 마련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샤페론 신약 R&D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샤페론 신약 R&D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샤페론, 기존 발행 주식 총수 대비 57% 신주 발행

샤페론은 기존 발행 주식 총수(2307만1031주) 대비 57%에 달하는 신주 발행을 추진 중이다. 예정 발행 주식 수는 1318만2000주다. 예정발행가액은 2655원이다.

다만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발행가액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유증 공시 전까지 3000원대였던 샤페론 주가는 이날 기준 200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샤페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아토피 치료제 후보물질 ‘누겔(NuGel)’ 임상 연구와 PD-L1xCD47 이중항체 ‘파필리시맙’ 사업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샤페론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누겔 2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승인받았다. 지난 3월부터 환자 등록이 시작됐다.

샤페론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완료되면 누겔 임상 2상과 파필리시맙 개발 진행에서 기술이전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재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술이전, 신약 조기 상업화 등 사업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추진에 대한 반발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주 발행 물량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과 주가 하락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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