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세일이 능사 아냐, 고유 매력 절실히 찾아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고객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차를 살지가 요즘 최대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수입차 업체 홍보담당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고금리, 고물가가 많은 소비자들의 지갑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속 소비자들의 보상심리에 특수를 누렸던 완성차 업체들은 유행병의 풍토병화(엔데믹) 이후 수요 감소에 주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168만4113대) 대비 3.3% 증가한 173만9249대를 기록했다. 전체 대수가 늘었지만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와 브랜드 간 엇갈린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간 국산차(145만1663대)가 4.8% 증가한 반면 수입차(28만7586대)는 3.9% 감소했다. 브랜드 중 현대자동차, 기아, 볼보, 포르쉐는 늘렸지만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 코리아는 잃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차량 판매가가 무색할 정도로 들쑥날쑥한 할인폭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은 최상위 인기 브랜드를 제외하면 잔존가치 하락이라는 역효과를 내는 실정이다.
또 다른 브랜드들은 디자인, 국적 등 브랜드 고유 요소를 활용해 감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완성차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차별화한 정체성과 매력을 발굴해 고객들에게 잘 소구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 볼보자동차코리아다. 스웨덴 고급차 업체인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북유럽 감성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스웨디시 럭셔리(Swedish Luxury)’를 키워드로 한 마케팅 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국내 판매부진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토요타는 ‘토요타 다움’(トヨタらしさ)을 기업가치로서 줄곧 추구해 왔다. 더 좋은 차를 만들고, 고객에 선사할 행복을 양산하는 것을 ‘토요타 다운’ 것으로 여기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해외 브랜드들이 앞다퉈 ‘나 다움’을 찾아 나서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고,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최근 모그룹 르노의 프랑스 브랜드 감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완성차 브랜드가 본연의 정체성을 찾은 것이 판매성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적 개선에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브랜드 고유의 매력을 찾았고, 이를 고객에게 성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접점 마련에 공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포르쉐는 “강한 브랜드에는 강한 정체성이 있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툭하면 꺼내는 할인 카드가 한국 소비자 마음을 열 만능 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브랜드들이 그간 경험했다. 고객 마음을 사로잡을 ‘운영의 묘’를 절실히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