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역구와 비례 합쳐 108개 의석 확보···윤석열 대통령 국정 동력 추진에 부족 평가 
복지부 침묵 속 의정대화 지속 추진 전망···내년 2000명 증원과 2026년 이후 대책 논의 부상  
의료계, 보수 정권과 유대·의사 이익 최대화 신중···전공의 중심 강경 세력 목소리 높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가 최대 현안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제22대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과 비례대표 18석을 합쳐 108개 의석을 확보했다. 당초 거론됐던 개헌 저지선 100석은 넘겼지만 108개 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 추진에 있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의대 증원 정책은 대통령실이 의료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안이어서 향후 변화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에 나타난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전했다. 국가안보실을 제외하고 이 실장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전원은 이날 사의를 밝혔다. 여기에는 의대 증원 정책을 맡았던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도 포함됐다.

정책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30차 회의를 박민수 부본부장(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열어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과 의사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 복지부는 이날 평상시와 동일하게 근무했지만 중수본 회의 브리핑은 열지 않았다. 지난 9일에 이어 이틀 연속 조치다. 브리핑을 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 A씨는 “향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브리핑을 하고 중수본 회의는 브리핑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의대 증원 정책은) 아는 게 없다”고 침묵했다. 

의대 증원 정책은 입법 사항은 아니다. 또 이미 내년 전국 의대별 증원 배정을 결정, 발표했고 오는 5월 하순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동력 상실 가능성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확실한 부분은 정부가 향후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최근 대국민담화에 이어 전공의 대표와 회동하는 등 대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내년 2000명 증원을 확정하고 오는 2026년 이후 의대 증원은 향후 의정대화에서 시간을 갖고 협의해 결정하는 방안이다. 정부의 자존심을 배려하고 현실적으로 향후 의료계와 합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 B씨는 “의대 증원 문제는 여당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였고 총선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던 사안”이라며 “이미 정치가 개입된 현안인데 향후 의료계가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방안을 정부가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 관계자 C씨는 “정부가 강조한 의료개혁을 선거에서 졌다고 당장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해서도 안 된다”라며 “정부는 기존 입장대로 내년 2000명 증원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점은 거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 움직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본인 SNS에 “총선 직후 민주당이 국회에 특위를 구성, 의료공백과 혼란을 종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 D씨는 “의료대란이 일어나고 일부 환자가 사망했는데도 선거를 핑계로 보건복지위원회 한번 열지 않은 국회는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일단 선거가 끝났으니 복지위원회를 열 가능성이 있고 야당도 본격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만든 의대 정원 증원 반대 포스터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가 만든 의대 정원 증원 반대 포스터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는 여당의 선거 참패가 의대 증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며 신중한 반응이다. 여당 패배도 중요하지만 의대 증원 정책을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판단, 어떤 흐름으로 대응해야 의사들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강공을 추진할 경우 다시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들이 우려했던 부분은 전공의 파업 장기화와 이에 따른 국정혼란이었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민들이 정부를 지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쉽게 설명하면 지난해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그동안 유대 관계가 적지 않았던 보수 정권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이날 새벽 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고 올렸다. 최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요구하는 등 대정부투쟁을 강조했던 임 회장이 총선 전 특정 세력에 대한 심판을 거론하던 상황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E씨는 “일각에선 오해도 하지만 의사들이 바란 것은 여당의 선거 패배가 아니라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하고 의료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고 국민 여론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강경 입장을 보이는 세력이 적지 않다. 사직 전공의 F씨는 이날 “의대 증원 과정에서 보여준 윤석열 정부와 여당 행태로 여당 지지층이던 14만 활동의사와 전공의 및 의대생, 그 가족들이 돌아섰으며 우파 지식인과 전문직, 환자 또한 보수를 외면한 것이 선거 결과”라며 “이제껏 정부가 보여준 불통 모습으로 미뤄 짐작하면 이제 눈치보지 않고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강력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의료계에서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선거 변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상황에서 내년 2000명 의대 증원을 확정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2025년 의대 2000명 증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최소한 자존심인 반면 의료계 입장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인 난제인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 E씨는 “각종 의료단체가 11일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의료계 내부적으로 복잡하다는 방증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복지부 입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올 것이고 의료계는 이를 토대로 대응책을 준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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