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회의원 출신 전현희·윤희숙 격돌···왕십리역세권·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 ‘관심사’
교육환경 개선·지역경제 활성화도 주요 현안···“경의중앙선 지하화”vs“3호선 지선 신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한강벨트에 위치한 서울 중구·성동구갑은 16대 총선 이후 한 차례(18대 총선)를 제외하고 진보계열 정당이 모두 승리한 전통적 야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는 여당이 이겼고, 이번 총선에선 현역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이동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되면서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여야 모두 능력을 앞세운 여성 전직 국회의원을 내세웠다. 치과의사 겸 변호사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민주당 후보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역임한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맞대결한다.
중·성동갑 지역은 왕십리 역세권,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굵직한 개발 현안과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 뉴타운 지역 등의 교육, 문화, 보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두 후보 역시 이 부분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며 지역 현안 해결 적임자라 강조한다.
8일 뚝도시장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재개발 빌라에 살고 있는데 재개발이 좀 빨리됐음 좋겠다. 사전투표했는데 재개발 빨리해줄 것 같은 후보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왕십리역 앞을 지나던 40대 주부는 “애들 키우기 좋은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가 교육여건이 썩 좋진 않다”고 말했다.
◇전현희 “교육 환경 불균형 해소, 경의중앙선 지하화”
전 후보는 왕십리 역세권 행정기관 이전 후 복합 비즈니스 조성, 성수지구 패션·디자인·IT·엔터테인먼트 등 복합첨단산업밸리 육성, 성수전략정비지구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경의중앙선 옥수역~왕십리 구간 철도 지하화, 중·고등학교 유치, 중랑물재생센터 지하화 및 친환경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공약했다.
육아, 청년, 어르신 공약으론 24시간 소아응급 의료시스템 구축, 출생기본소득제 도입, 청년 지원 확대 및 커뮤니티센터 건립, 장애·아동·어르신 가족 통합 돌봄센터 및 장애인생활회관 건립 추진, 어르신 효사랑 순환셔틀버스 도입 등도 제시했다.
전 후보는 본지와 서면인터뷰에서 “성동지역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교육 환경의 불균형’ 문제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있는데 중학교가 없는 문제, 고등학교 규모가 작아 내신 불이익을 받을까 봐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가구가 많다”며 “권역별로 경쟁력 있는 중고교를 유치하고 통폐합을 통해 학군을 조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철도로 인한 생활권 단절, 토지 이용 효율 저하, 소음과 도시미관 저해 등이 지역 주민들의 주요 민원이슈라고 진단한 전 후보는 “성동지역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하화 상부공간 통합개발을 적극 추진해 성동의 도시경관 개선과 주민의 안전,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전 후보는 변호사, 국회의원,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언제나 현장에서 민생과 민원을 호소하는 국민들과 함께 있었고 문제를 해결해내는 성과를 일궈왔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는 대표적인 국민고충민원 해결부처”라며 “위원장 재임 시절 3년간 전국 각 지역을 다니면서 지역의 민원과 현안, 민생을 해결했던 전문가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익위원장 시절 정부기관과 조율하여 굵직한 국가현안들을 해결했던 협상과 조정의 전문가 전현희가 이제는 성동구민과 함께 더 나은 대한민국, 더 나은 성동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권 2년을 심판하는 선거란 점도 강조했다. 전 후보는 “중성동갑 지역의 경우 정권 심판의 최전선이자,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곳”이라며 “남은 3년을 지난 2년처럼 보낼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무너진 민생 경제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 윤희숙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3호선 지선 추진”
윤 후보는 침체된 지역경제, 정체된 주거개발, 낙후된 지역 상권 등을 주요 지역 문제로 지적한다. 과거 성동 경제를 이끌었던 왕십리, 마장지역이 활력을 잃었고,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열악한 주거환경 또한 개선되지 않았으며, 마장 축산물 시장 등은 노후화 된 환경을 방치해 상권 기능이 훼손됐단 비판과 함께 경제전문가인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 자료엔 마장·왕십리·행당·응봉·성수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약을 내놓았다.
왕십리역 일대 지하공간 통합개발 및 24시간 안심 어린이병원 유치, 중랑물재생센터 지하화, 성수 IT 개발진흥지구 4배 확장, 서울 숲 주차장 부지 내 서울 유니콘 창업허브 조성 등 개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뉴타운 내 고교 신설 및 덕수고 부지 내 방과후 학습지원센터 설립, 성동공고 부지 특목고 유치 등 교육 공약과 대학생 주거장학금 시행 및 천원 아침밥 지원 확대, 주민센터와 연계한 전세사기 방지 체크리스트 등 청년층 공약도 내놓았다.
윤 후보 측은 “아파트 등 주거밀집 지역 인근인 성수공고 부지엔 특목고를 설립하고, 좀 더 넓은 규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덕수고 부지엔 장애인학교와 명품 방과후 학교를 설립, 모든 학생들의 학습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는 지하철 3호선 지선(응봉역~삼표레미콘역~이마트성수역) 신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성수역 구간 지하화 등을 약속했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을 신속 추진하고, 뚝섬유수지 미복개 구간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시사저널e는 후보자가 주목해서 보는 지역 현안, 지역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을 듣고자 지난 2일 이후 윤 후보에게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도 남겼으나 8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저희 공약이 많고 다양하다”며 “최근엔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만 주민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4일 왕십리 집중 유세를 마지막으로 유세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돌면서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단 계획이다. 성동구민들이 윤 후보의 정책공약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만큼, 최대한 많은 유권자를 만나 설명하고 ‘준비된 실력있는 일꾼’을 부각한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