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장, 그룹 최고 생산경쟁력 인정 받아
연구소도 운영···국내 투자가치 여전

르노코리아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성수사업소를 리뉴얼해 구축한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코리아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성수사업소를 리뉴얼해 구축한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최근 부진한 와중에도 모그룹 등으로부터 최고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업계 이목을 끈다. 연구소, 공장 등 자산을 보유하며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사업 역량을 갖춘 점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라는 관측이다.

◇사명서 ‘車’ 떼고 본사 엠블럼 공식 도입···브랜드 쇄신

3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서울 성수동에 개점한 주력 매장(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브랜드 전략을 발표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고 르노코리아로 새롭게 운영된다. 또한 현재 판매 중인 일부 모델을 비롯해 향후 신차와 마케팅 활동에 마름모(로장주) 형태의 르노 엠블럼을 공식 도입한다.

또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하던 성수사업소에 세계 최초의 르노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를 열었다. 내년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오픈하는 동일 콘셉트의 전시장보다 먼저 한국에 설립됐다.

르노 성수에 전시된 아르카나. 기존 XM3에서 차명이 변경되고, 르노 로장주 엠블럼이 공식 부착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 성수에 전시된 아르카나. 기존 XM3에서 차명이 변경되고, 르노 로장주 엠블럼이 공식 부착됐다.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 성수는 차량 전시·정비·점검 등 기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의 기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카페, 팝업스토어, 르노 굿즈(머천다이징 상품)숍을 운영한다. 르노코리아는 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르노 벨로니 르노 마케팅 총괄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펠탑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를 각각 찍은 사진을 화면에 나란히 비추며 ‘특별함’이라는 가치를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르노코리아가 프랑스 본사의 자회사로서 정체성을 지닌 동시에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취지다. 르노코리아는 이 같은 내용을 집약해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만들다(Born in France, Made in Korea)’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벨로니 마케팅 총괄은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싶어 한다”며 “고객들이 단순히 르노의 차량을 구매할 뿐 아니라 우리의 감성, 우주를 구매한다고 보고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경험적 요소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가 이날 르노 성수에서 처음 공개한 소형 전기 SUV 르노 세닉(Scenic).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코리아가 이날 르노 성수에서 처음 공개한 소형 전기 SUV 르노 세닉(Scenic). / 사진=최동훈 기자

◇내년 세닉·오로라2 출시···SM6는 단종 추진

르노 코리아는 이날 신차 생산·판매계획도 발표했다. 오는 하반기 신차 프로젝트 ‘오로라’의 첫 결실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칭 오로라 원, 오로라 1)를 출시해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르노의 소형 전기 SUV 세닉(Scenic)과 오로라 투(2) 등 신차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중 오로라 1은 르노코리아, 르노, 중국 완성차 업체 길리(Geely) 등 크게 세 주체가 공동 개발 중인 차량이다. 르노코리아의 첫 하이브리드차로서 시장에서 주목받는 오로라 1은 최근 신차 가뭄으로 판매 부진을 이어가는 르노코리아의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부산시와 만나 부산공장에서 신차를 양산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180억원을 투자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르노,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진이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질 비달 르노 디자인총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아르노 벨로니 르노 마케팅 총괄.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진이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질 비달 르노 디자인총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아르노 벨로니 르노 마케팅 총괄. / 사진=최동훈 기자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오로라 1, 오로라 2 개발·양산을 위해 5억유로(약 726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어 폴스타 신규 전기차를 선보이고 르노의 또 다른 브랜드차를 선보일 계획인데 이를 실제 이행하면 투자 규모가 10억유로(약 1조4530억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이와 함께 내년 르노의 소형(C-세그먼트) 전기 SUV 세닉을 출시할 예정이다. 세닉은 르노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CMF-EV)를 기반으로 개발됐고 최고출력 170마력, 1회 최장 주행거리 420㎞(유럽 기준) 등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한 세닉은 구글의 차량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탑재해 화면에 한글을 표시하는 등, 차량 판매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르노코리아는 반면 국산 경쟁 모델에 밀려 고전하는 중형 세단 SM6의 내년 이후 단종을 추진하고 있다. SM6가 기존 모델명과 엠블럼을 적용한채 지속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르노 성수 내 진열된 브랜드 MD상품들. / 사진=최동훈 기자
르노 성수 내 진열된 브랜드 MD상품들. / 사진=최동훈 기자

◇국내 투자 7300억원 확정, 추후 2배로 확대될 수도

르노가 세계에서 작은 시장인데다 최근 영업실적이 부진한 한국에서 대대적인 전략 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투자 가치’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는 부산에 위치한 완성차 공장에서 오로라 신차를 양산할 뿐 아니라, 향후 지리 파트너사 볼보의 고성능 전기차 자회사 폴스타(Polestar)의 차량도 만들어 국내외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부산공장이 품질 경쟁력, 생산 타당성 등 측면에서 르노 그룹 내 생산시설 중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르노의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에 활용할 거점으로 꼽혔다는 뜻이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가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법인 지원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이 르노 투자 결단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부산공장은 전체 르노 공장 중 최고 품질을 기록하고 있다”며 “르노삼성자동차가 남겨놓은 자산인 연구소(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부산공장에 르노 DNA를 심어 특별함을 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가 생산 투자와 함께 국내 브랜드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 본 것은 국내 시장 특성을 십분 활용해 투자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국내 완성차 시장은 해외 완성차 브랜드에 비교적 개방적이고 소비자들이 높은 안목을 갖추고 있어 해외 브랜드의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는 관측이다. 르노그룹이 향후 부산공장에서 양산할 브랜드별 신차의 테스트베드로서 한국 시장을 점찍었다는 관측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면 브랜드에 대한 버즈(입소문)가 대량으로 전파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르노코리아는 브랜드를 더욱 강력하게 알리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고, 이를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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