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비상무이사에도 조합장 임명할듯
"지배구조 개선하라" 금융당국과 반대 행보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 사옥 / 사진=농협중앙회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 사옥 / 사진=농협중앙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이번에도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금융업과는 관련 없는 지역농협 조합장 인물을 선임했다. 향후 은행, 보험 등 금융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도 관례대로 조합장들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에 농협금융 이사회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농협중앙회가 또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직접 개입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非금융인이 대형 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에···이사회 전문성 괜찮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금융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박흥식 광주비아 조합장을 임명했다. 박 이사는 비아농협 이사, 비아농협 과수작목반 반장 등을 맡은 인물로 금융업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그간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 자리에 금융 전문가가 아닌 지역농협 조합장을 앉혔다. 직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던 안용승 이사도 남서울농협 조합장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주요 주주가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농협금융이 기타비상무이사 인사에서 주요 금융지주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농협의 독특한 지분구조 때문이다. 다른 대형 금융지주는 모기업이 없고 소유권도 분산돼 있기에 이 자리는 은행장이 맡는다. 

반면 농협금융은 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소유구조가 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은행, 증권 등)로 돼 있다. 이에 기타비상무자리는 중앙회가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관계없이 중앙회장이 지역농협 조합장을 내려보낸 것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주로 금융지주와 계열사 인사에 중앙회장의 뜻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번 농협금융의 인사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반대되기에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금융지주의 이사진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해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도 채워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금융지주에 요청했다. 

다른 기업들은 농협금융과 달리 기타비상무이사에 해당 업권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임명한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 유일하게 주요주주 측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맡는 JB금융지주도 전문성을 고려한다. 김지섭 JB금융 기타비상무이사는 최대주주인 삼양사 측 인물이다. 그는 삼양사에서 재경실장 등을 맡은 ‘재무통’이다. 금융시장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전문가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앙회, 금융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도 차지···인사개입 논란 반복?

더불어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계열사의 기타비상임이사 자리에도 조합장을 파견해 인사권을 통제한다. 중앙회장은 공식적으론 명예직이지만 사실상 농협 전체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회는 나머지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의 임기가 종료되면 마찬가지로 지역농협 조합장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농협은행의 기타비상무이사엔 서석조 북영덕농협 조합장이 맡는다. 농협생명은 한규혁 기흥농협 조합장과 한승준 석곡농협 조합장이 역임한다. 농협손해보험은 최종철 전곡농협 조합장, 정종학 울릉농협 조합장이 저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각 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한다. 그 결과 계열사 이사회의 전문성 수준 하락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농협손해보험의 최 이사는 전문성 없이 리스크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더불어 중앙회와 농협금융이 계열사 인사를 두고 또 갈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추천하는 인물이 달라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정면 반대했다. NH투자증권 인사는 모기업인 농협금융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가 다른 계열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기타비상무이사직은 농협법에 따라 선임하고 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라면서 "이사회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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