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사장 "설비투자 지난해보다 늘릴 예정"···"북미 지역 단독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 검토"
높은 수익성, 보수적 투자 기조로 캐즘 버틸 체력 마련 평가
지난해 영업이익률 7.2%로 국내 업계 1위···부채비율 71%, 전년比 5%P↓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배터리 3사 중 가장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취했던 삼성SDI가 변화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첫 단독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불황 속 투자를 이어나가는 데에는 ‘캐즘(시장 확대 전 일시적 수요 침체기)’을 버틸 탄탄한 재무구조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전년 설비투자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집행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이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4’ 행사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확히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난해보다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SDI의 설비투자비가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비 4조280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으로 삼성SDI 말레이시아 사업장을 방문해 ‘담대한 투자’를 주문한 바 있다.
최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북미 지역 단독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일부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JV)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였던 삼성SDI가 단독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건 파격적 행보라는 평가다. 배터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삼성SDI의 투자 기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변화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뛰어넘는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비는 지난 2022년 2조6288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4조3447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 같은 행보는 캐즘을 버틸 체력을 비축해놓은 덕이 크다.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데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7.2%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이 AMPC를 포함해 6.4%임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SK온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SDI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71%로 전년 말(76%)보다도 개선됐다. 지난해 4조원이 넘는 설비투자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한 것이다.
기술 역량 확보에도 투자를 지속해 경쟁력을 키웠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업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R&D)비를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1조1364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각각 2025년과 2027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