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텐스토렌트·포티투닷 출신 인재, 주요 계열사 합류
SW 전문성 공통적으로 갖춰···게임체인저 변신 위한 인사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임원에 선임되거나 재직 중인 스타트업 출신 인재들. (왼쪽부터) 송창현 현대차 사장, 키스 위텍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상무. / 사진=포티투닷, 텐스토렌트, 현대오토에버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임원에 선임되거나 재직 중인 스타트업 출신 인재들. (왼쪽부터) 송창현 현대차 사장, 키스 위텍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상무. / 사진=포티투닷, 텐스토렌트, 현대오토에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빌리티 분야 계열사들이 신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출신 임원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그룹사들은 최근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재를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 중 현대오토에버가 공유차량 업체 쏘카에서 총괄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근무한 류석문 상무를 영입한 것이 최신 사례다. 류 상무는 쏘카에서 기술적 전문성을 발휘해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을 주도해 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20일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캐나다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의 키스 위텍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차, 기아가 모빌리티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텐스토렌트에 642억원(5000만달러) 투자한 것을 계기로 인연이 닿은 모양새다. 위텍 사내이사는 비상근이사로서 해외에 체류하며 현대모비스의 하드웨어 전문성에 결합시킬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해 자문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포티투닷의 송창현 대표를 사장으로 영입한 후, 최근 개편한 그룹 SW개발 통합조직인 첨단자동차플랫폼(AVP)본부의 수장에 임명하며 중책을 맡겼다. 송창현 사장은 올해 초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조직 개편 일환으로 김용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물러나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그룹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상무가 지난 2015년 4월 라이엇게임즈 재직 당시 강원대에서 열린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했다. / 사진=강원대학교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상무가 지난 2015년 4월 라이엇게임즈 재직 당시 강원대에서 열린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했다. / 사진=강원대학교

◇계열사들, 미래 모빌리티 역량 확보 위한 인재 ‘급구’

현대차그룹의 각 계열사는 최근 영입한 스타트업 출신 인재의 전문성을 통해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고 있다. 이들이 스타트업 인재에서 공통적으로 구한 역량은 SW 분야의 전문성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오토에버는 류 상무에게 SW개발·품질 부문 사업부장직을 맡겼다. SW개발·품질사업부는 기존 차량전장SW사업부, SW품질혁신사업부가 하나로 통합돼 만들어진 조직이다. 류 상무는 두 사업부에 걸쳐 분산돼 있던 SW 관련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통해 향후 SW 기반의 신규 서비스 모델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선된 차량용 SW 개발 플랫폼을 현대차와 기아 등 고객사에게 제공해 더욱 다양하고 발전된 신차용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커넥티비티 서비스 등을 개발하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차량 전장 SW의 개발·품질 관리 영역에 속한 서비스 모델을 더욱 체계적·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영입한 위텍 사외이사는 미국 반도체 개발사 AMD, 테슬라, 구글 등 글로벌 첨단 기업을 거친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일컬어진다. 현대모비스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차량 전장화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등 분야의 전문성 강화에 필요한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사업 인수(2020년), 반도체 설계 섹터 신설(2021년), 반도체 섹터 세분화(2022년) 등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용 반도체에 관한 노하우를 내재화하는데 힘써왔다.

반도체 관련 기술력은 SW와 기계장치(하드웨어, HW)의 결합을 통해 신차에 첨단 기능을 적용하는데 필요하다. 최적화한 SW, HW 결합을 통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모비스에게 반도체를 비롯해 SW, HW 전반에 대한 위텍 사외이사의 식견이 요긴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주총 전 소집공고를 통해 “차량 전장화, SDV로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SW 역량 강화가 현대모비스 미래를 좌우하는 화두가 됐다”며 “위텍 사외이사 후보자가 AI, SW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비전을 실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송창현 사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송창현 사장이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송창현 사장에 대한 현대차의 신뢰는 그간 보여온 행보에서 입증된다. 송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장재훈 대표이사(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와 나란히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 장치·솔루션에 대한 현대차그룹 비전을 제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참석하고, 지난해 신년회에 정의선 회장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하며 현재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수소(H₂) 솔루션으로 3대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송 사장은 이 중 두가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분야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SW 분야 리더십을 발휘해나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채용 홈페이지의 화면.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채용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그룹 채용 홈페이지의 화면.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채용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그룹, 스타트업형 인재로 ‘게임 체인저’ 지향

현대차그룹이 스타트업 인재를 들이는 것은, 인재의 역량을 그룹 자산으로 확보하려는 동시에 ‘스타트업 같은’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현대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어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힘쓰는 가운데, 인재를 통해 스타트업의 창의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유연한 조직 문화 등을 이식하는데 힘쓰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현대차그룹 분석 논문을 통해 “정의선 회장이 새로운 기업 비전을 천명한 후 현대차그룹의 인재상도 진화했다”며 “현대차그룹도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 창의적이고 판도를 엎을 수 있는 ‘기업상’(talent)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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