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와 초대형 계약 체결···내년부터 본격 생산·수출 예정
연구인력 1년새 540명↑···“한정된 인재 시장서 선제적 채용”

LIG넥스원이 개발한 미사일 ‘천궁’의 무기체계. /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이 개발한 미사일 ‘천궁’의 무기체계. / 사진=LIG넥스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IG넥스원이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II’의 중동 잭팟에 수주잔고를 약 24조원 규모까지 쌓았다. 단, 급증한 연구개발 인력으로 인한 인건비 및 고정비는 수익성 향상에 한동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현재 기준 수주잔고는 23조9000억원이다. 올해 2월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II 계약을 포함해서다. 지난해 말(1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2개월여 만에 잔고가 21.9% 증가한 것이다. 2022년(12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2개월새 2배 이상 일감이 많아진 셈이다.

천궁II는 탄도탄 및 항공기 공격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다. 세계적으로도 일부 방위산업 선진국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유도무기다. LIG넥스원은 다른 천궁II 생산국에 대항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과 수출 이후 점검·수리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레이트) 등과의 초대형 계약 역시 이같은 특징을 통해 이뤄졌다. LIG넥스원은 2022년 UAE와 천궁II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납품하면서 중동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늘어나는 수주잔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구미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2022년 1100억원을 투입했는데, 내년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광식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포함될 때까지는 LIG넥스원의 기존 상황을 참고하면 약 1.5~2년의 래깅(계약과 생산·납품 시기의 차이)이 나타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와 체결한 천궁II 계약이 신규 수주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동 정세를 고려할 때 추가 물량 확보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동향 천궁II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납품이 시작되면서 LIG넥스원의 실적으로 잡힐 전망이다. 즉, 2025년부터 영업이익 및 수익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얘기다. 다만 올해는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IG넥스원은 정부가 방위산업을 ‘국가 신성장산업’으로 채택하며 세제 혜택이나 방위력 개선비 증가 등에 힘쓰자 지난해 연구개발 인력을 크게 늘렸다.

정부는 올해 방위력 개선비로 전년 대비 4.4% 증가한 17조7000억원을 책정했다. 아울러 ‘국방부 중기계획 2024~2028’에 따르면 방위력 개선비는 올해부터 연평균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IG넥스원은 국내 시장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연구원들이 반도체나 바이오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분야에 쏠리며 방위산업을 외면하자, 우수 자원 확보를 위해 많은 인건비를 투입해 인력을 대거 채용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IG넥스원의 연구개발 인력은 246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0명(32.3%) 많아졌다. 2025년부터 천궁II의 생산이 본격화될 시기까지 인건·고정비 증가에 수익성은 당분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LIG넥스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626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8.2% 줄어든 수준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연구인력의 채용확대는 한정된 시장에서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며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천궁II에 이은 캐시카우 무기 체계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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