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바이오, 무형자산 대규모 손상차손
자본잠식률 386.8%, 완전자본잠식에 거래 정지
지난 1월 '오레고보맙' 글로벌 3상 임상 중단 권고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카나리아바이오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자회사를 통해 보유 중이었던 핵심 무형자산이 손상차손으로 반영되면서다. 완전자본잠식은 코스닥 상장법인의 상장 폐지 요건으로 분류되는 만큼, 증시 퇴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는 내부결산 결과 완전자본잠식과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이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폐지 사유를 해소하기 전까지 카나리아바이오의 거래를 정지할 방침이다. 완전자본잠식은 코스닥 상장법인의 상장폐지,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사업손실은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사료제조 및 판매 기업 현대사료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지난해 5월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 ‘오레고보맙’ 권리를 가지고 있는 엘에스엘씨앤씨를 흡수합병해 100% 자회사로 편입,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레고보맙 난소암 대상 임상시험은 2020년 10월부터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다.
◇ 핵심 무형자산 ‘오레고보맙’ → 손상차손 처리
지난 29일 카나리나바이오는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나리아바이오의 자본잠식률은 386.8%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같은 기간 법차손 비율은 1116.79%에 달한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완전자본잠식은 주요 무형자산인 오레고보맙의 손상차손이 원인이 됐다. 카나리아바이오는 “바이오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반영됐다”며 손실 확대 이유를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은 임상 3상 시작부터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임상 3상 단계에 접어든 신약은 개발 진행에 따라 추후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개발비를 자산화할 수 있다.
문제는 임상 3상이 중단되거나 상업화에 실패하는 경우다. 만약 기업이 신약 임상을 중단하게 될 경우 자산으로 인식된 개발비는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처리해야 한다. 손상차손으로 인식되면 당기손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 여건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반대로, 무형자산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나리아바이오는 공시를 통해 “바이오 무형자산에 대해 외부전문평가기관에 공정가치 평과를 의뢰한 상태”라며 “그 결과에 따라 내부결산자료를 정정할 수 있고 자본잠식률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오레고보맙 임상 실패, 예고된 수순?
지난 1월 카나리아바이오는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ata Safety Monitoring Board·이하 DSMB)로부터 오레고보맙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해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DSMB의 임상 중단 권고 이후 회사 측은 “임상2상 결과와 상반된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오레고보맙에 대한 추후 개발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카나리아바이오의 현금 여력 상 임상을 지속하기는커녕, 누적된 적자로 빚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임상 3상 중단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022년 총 자산규모는 2713억원에서 지난해 1294억원으로 약 1429억원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나리아바이오의 자산규모가 273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1400억원대의 자산이 증발했다. 오레고보맙의 자산가치가 대부분 손상차손 처리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재무 악화는 지난 2022년부터 심화됐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2년 약 1581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손실이 확대되면서 적자 전환했다. 같은 해 법차손은 2818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1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89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법차손은 2088억원으로 2년 연속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했다.
2022년 말 424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1년 만에 마이너스(-)가 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지난해 카나리아바이오의 자본총계는 -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잠식은 손실이 누적돼 회사잉여금이 바닥나고, 기존의 자본금마저 깎아 먹는 상태다. 완전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아예 마이너스(-)인 상태를 말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카나리아바이오의 핵심 무형자산인 오레고보맙 가치가 손상차손으로 반영되면서 4분기에만 자산규모가 14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사실상 임상을 중단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