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태양광 모듈 가격, 전년 대비 반토막
중국 저가 공세로 공급 과잉 시장 형성
국내 태양광 수출 실적도 '뚝'···미국 의존도 96%
"태양광 업체와 수출지원기관 개발 프로젝트 공동 진출 모색해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500GW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작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쌓여가는 재고 부담에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미 상무부가 올 6월부터 동남아시아 우회 물량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태양광 설치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저가 중국산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1년치가 넘는 재고가 쌓이면서 공장 가동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미국 외 시장선 중국산 모듈의 강세가 더 뚜렷하다. 유럽 태양광 업계는 중국산 제품에 잠식 당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 재고가 유럽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최근 3년간 평균 가격이 30%가량 하락했다. 국산과 중국산 모듈 가격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국산 제품이 낄 자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단결정 모듈 가격은 와트(W) 당 0.12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태양광 패널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8.7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7월 7.85달러보다 소폭 올랐으나, 39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이 태양광 모듈 생산을 늘리며 저가 공세에 돌입하면서 태양광 시장이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듈과 웨이퍼 등 태양광 부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2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가격 경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고 공급 과잉이 심각해 재고가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수출 실적도 고꾸라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전지 및 모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3% 감소한 1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북미 내 생산량 증가가 국내 수출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태양광 업계는 수요가 있는 현지에 공장을 만드는 방법으로 저가 중국산 제품에 대응해왔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 증설을 마치고 연간 생산능력을 연 5.1GW까지, 기존 3배 규모로 늘렸다.
특히 올해 말에는 미국 조지아주 카터즈빌에 통합 생산공장(솔라허브) 구축을 통해 모듈에서부터 잉곳, 웨이펄, 셀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벨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이 회사 예상 생산능력은 8.4GW 규모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가 당면한 문제는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출액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9억6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6%를 차지했다.
수출입은행은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이 없는 유럽향 수출은 중국산 대비 가격경쟁력이 매년 악화돼,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산 대비 가격 격차를 뛰어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보호무역으로 중국산을 막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국산 태양광 제품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받던 미국 시장서도 중국산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미국이 오는 6월부터 동남아시아를 거쳐 수입한 중국 물량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이전에 저렴하게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다.
공급 과잉으로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공급과잉 심화에 따른 재고 증가와 비수기 영향으로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지 생산 제품에 주는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중국산 저가물량 공세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서 잘 나가던 태양광 업계가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고 미리 밝힌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저가 중국산 모듈과 경쟁하려면 태양광 모듈 생산 등 제조시장과 더불어 개발 프로젝트 분야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폴리실리콘, 웨이퍼, 모듈 등 가격 하락이 태양광 설치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글로벌 태양광 설치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폭이 워낙 커 발전단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올해는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500GW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탄탄한 미국 내 수요와 함께 유럽과 중동 내 설치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분야 진출을 위해선 대규모 대출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이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 규모는 지난 10년간 약 7조4000억원 수준이다. 석유·가스 사업 지원액(89조7000억원)의 8% 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힘들다”면서 “수출지원기관과 태양광 업체가 공동으로 진출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