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연내 간암 1차 치료제 상업화 기대감
오늘 5월, FDA 리보세라닙 승인 여부 관심
"개발에 장작 16년, 투자비 5000억원 이상"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HLB가 간암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이 내달 FDA 허가 심사 파이널 리뷰를 앞두고 있다. HLB는 그간 리보세라닙 개발에 연구개발 역량을 쏟으며 다양한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해왔다. 이번 FDA 허가는 회사의 손익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올 상반기 리보세라닙 상용화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LB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FDA는 승인 심사 결과는 오는 5월 중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HLB의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 3상은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HLB 리보세라닙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HLB 리보세라닙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리보세라닙은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연구개발 중인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위암, 간암, 대장암, 선양낭성암종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다. HLB는 리보세라닙 R&D 파이프라인에서 간암 1차 치료제와 위암 3차 치료제 글로벌 3상을 마쳤다. 이중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리보세라닙 파이프라인은 간암 1차 치료제다.

앞서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파트너사 항서제약을 통해 2014년 위암 3차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다. 2020년에는 간암 2차 치료제 판매 허가를 받았다. 

HLB의 리보세라닙 사업화는 자회사 엘레바가 2007년 미국 어드벤첸 연구소로부터 리보세라닙 글로벌 판권(중국 제외)을 인수하며 시작됐다. HLB는 리보세라닙 글로벌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HLB생명과학이 한국 판권과 유럽·일본에 대한 일부 수익권을 보유한다. 중국 판권은 항서제약이 가지고 있다. 이외 지역 글로벌 판권은 엘레바가 가지고 있다.

HLB는 내달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NDA)를 위한 마지막 리뷰 미팅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미팅은 오는 5월 리보세라닙 최종 허가 여부를 가르기 전, 최종 검토라고 보면 된다. FDA는 지난해 7월 리보세라닙 허가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오는 5월 16일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HLB 관계자는 “내달 FDA와 진행되는 미팅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없다면 승인에 아주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 개발만 16년, 장남에게 거는 기대

지난 1975년 선박 제조사로 출발한 HLB그룹은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을 인수하며 의약품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대부터 미국 엘레바, 미국 이뮤노믹, 한국 씨트리 등을 인수했다. HLB 신약 개발의 핵심인 리보세라닙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졌다. 이외에 항암백신, CAR-T 치료제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임상 초기 단계에 있다.

2019년부터 뛰어든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 3상은 임상시험 기간만 4년이 걸렸다. 정식 승인될 경우, 허가 문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FDA의 신약 허가를 따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9번째 신약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항암 신약은 임상과 허가, 상업화까지 난이도가 가장 높지만 시장 규모 또한 가장 크다. HLB가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 임상에 가장 공들여온 이유다. 허가를 받으면 HLB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첫 투자 이후 16년 만에 첫 신약 성과를 내게 된다.

진양곤 HLB 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OREA INVESTMENT WEEK 2023' 포럼에서 “리보세라닙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2027년 간암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시판 5년차인 2029년에는 한 해 3조원 이상의 매출과 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HLB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는 리보세라닙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HLB는 간암 신약에 대한 올해 상반기 중 허가 가능성을 염두해, 계열사 시너지까지 노리고 있다. HLB제약은 리보세라닙의 국내 생산을 위한 여러 준비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리보세라닙, 개발·투자에 5000억원 올인

통상 1개의 신약이 개발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쓰인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사업인 만큼 중간에 개발을 포기, 중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금 여력이 마땅치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1~3상 단계에서 신약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판단 하에 기술수출을 진행하기도 한다. 파이프라인 권리를 파트너 기업에게 팔되, 초기 계약금과 개발 단계별 기술 수입료(마일스톤)을 받는 방식이다.

HLB는 일반적인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리보세라닙 임상 3상과 상업화를 자체 힘으로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과정에선 수천억원의 자금 투입이 이뤄졌다. HLB 역시 리보세라닙 개발과 상업화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특히 위암과 간암 임상 3상이 본격화된 이후 연간 들어간 투자비는 1000억원 전후로 알려졌다.

HLB가 연결 기준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HLB는 2018년부터 2023년 3분까지 연결 기준 6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3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908억원을 내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리보세라닙과 그 외에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자회사들에 막대한 재무적 투자가 이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리보세라닙이 오는 5월 FDA 허가받을 경우, 진양곤 회장과 HLB가 구상해온 신약 상업화 전략은 순항한다. 그러나 상업화가 엎어질 경우, HLB는 미래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기로에 놓인다. 임상 전략 새판짜기가 불가피 만큼, 5000억원 가량 투입된 리보세라닙 개발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리보세라닙 개발과 상업화 과정에서 임상 실패의 아픔도 겪었다. 2019년 HLB는 위암 3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에 실패하며 시장의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당시 임상은 위암 2차 이상 표준 치료에 실패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HLB 관계자는 “자회사인 엘레바가 리보세라닙 임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동안 HLB는 자금 지원을 해왔다”며 “16년 동안 투자가 진행된 만큼 간암치료제 시판 허가는 HLB의 기업가치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