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엑손모빌 발견한 에세키보 유전으로 가이아나 신흥부국 발돋움
전쟁 발발, 글로벌 경기악화→수요둔화···정유업계 부정적 래깅효과 우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국제유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원유 매장 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원유 생산량이 늘고 있는 가이아나가 초대형 유전의 ‘영유권’을 두고 일촉즉발에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양국이 무력충돌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 원유 공급량이 줄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때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는 19세기부터 밀림지대인 ‘에세시보’의 영유권을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는 가이아나 국토의 약 74%를 차지하는 에세키보 지역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곳은 석유 등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한 지역으로 가이아나 전체 인구(80만명)의 15%인 12만5000여명이 사는 지역이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2015년 에세키보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시추했다. 이를 통해 가이아나는 농업국가에서 신흥부국으로 변화했다. 2022년 경제 성장률은 62.3%로 세계 최대 경제 성장국이 됐다. 지난해에는 약 38% 성장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3.0%)의 10배 이상 올랐다.
엑손모빌에 따르면 가이아나의 석유 매장량은 최대 50억배럴로 추정된다. 국민 1인당 매장량으로 보면 1인당 약 6000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1900배럴)보다 많다.
에세키보 지역에 매장된 원유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최상급 경질유로 분류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1위지만, 대부분 황 성분이 섞인 중질유라 정제 과정에서 최상급 경질유보다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의 초대형 유전을 노리는 이유다.
더욱이 올해부터 미국이 자국 원유 발굴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엑손모빌은 가이아나의 석유 채굴량을 늘리기로 했다. 미국으로 수출량이 많아지며, 가이아나가 예전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자 베네수엘라가 에세키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적 행동에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기업인 엑손모빌을 보호하기 위해 가이아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타국과 석유 및 가스 거래를 하는 것을 견제하는 경제 제재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만큼 가이아나에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15만명의 현역 군인과 동맹국 러시아의 현대식 무기를 보유했다”며 “반면 가이아나는 국방군이 3000여명에 불과해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공장 드론 공격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휴전 거부 등에 더해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에세키보 영유권 분쟁까지 더해지며 국제유가 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시장에 원유 공급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국제유가는 급등한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수익지표인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져 정유업계에 호재다. 하지만 경기부진 및 소비심리가 약화된 시기에 높은 유가는 수요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즉,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을 생산해도 구매할 대상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원유 구매 시점보다 제품 판매 시기에 유가가 하락해 나타나는 부정적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까지 나타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실적부진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 4사는 베네수엘라-가이아나 등 국제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국제유가 변동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분쟁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줄인 생산량을 추가 감산해 손해 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갈등에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남미에서 실제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가 더욱 상승해 시장 수요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