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르면 금주 결정 관측
“유가·물가 상황 종합해 결론” 
與 “증세 카드 어렵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할지 결론낼 것으로 보인다. 재정당국은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원 확보가 시급하지만, 기준으로 제시한 국제유가와 물가가 불안한 상황이다. 정치적 일정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4월까지는 유류세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정부는 재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고,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며 “언제 연장 여부를 발표할지 얘기하긴 어렵지만, 종료 시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엔 발표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가 상황이나 물가 등 전반적으로 다 보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전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지난 2021년 11월 시작됐다. 당시 유류세를 20% 내린 정부는 이듬해 5월 인하폭을 30%로, 그해 7월엔 최대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지난해 1월부턴 휘발유는 인하폭을 25%로 축소한 반면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는 37%를 유지한 채 지금까지 이어졌다.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엔 세수결손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류세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국세가 예상보다 56조원 가량 덜 걷히며 역대 최대 세수펑크가 발생, 재정당국은 세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주요 판단기준으로 꼽은 국제유가와 물가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해 12월 70달러선 아래까지 내려간 이후 상승흐름을 보이며 12일 기준 76.92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이달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만큼 유류세 인하 종료시점인 이달 말까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상 전날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1606.5원으로 지난달 20일(1562.4원) 이후 23일 연속 올랐다. 유류세 인하분(205원)이 사라지면 1800원대로 껑충 뛴다. 

유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WTI 기준 80달러선 단기 반등이 예상되고, 리스크가 좀 완화되면 하락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유가 흐름에 미칠 외부 변수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감산의 추가 연장,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 개선 등이 상승 요인이며, 하방 요인은 중국쪽 수요 둔화나 금리 인하 전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흐름도 부담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전달(3.2%) 대비 0.4%포인트 내렸지만, 체감도가 높은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6.0% 올랐다. 특히, 과일이 수급 불안으로 26.9% 폭등했는데 여름 과일 출하 전까진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1월 소비자물가 공표 당시 “2~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정치적 일정도 정부가 유류세 정상화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물가연동소득세 추진 등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감세 공약을 내놓는 상황에서 국민 체감도가 높은 유류세 정상화를 추진하긴 어렵단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증세 카드를 내놓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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