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1심서 징역 1년 선고···“해킹” 주장 배척
법원 “텔레그램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검사장 손준성”
카카오톡 프로필엔 신약성경 문구···양심의 소리 듣길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주요인물들의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지만, 고발장 전달 등 사실관계가 인정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손준성 보냄’이 붙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피고인(손준성)이 이 메시지들을 최초 생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송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손준성 검사장의 텔레그램 계정이 해킹됐다고 인정할 객관적 사정도 없다고 봤다. 재판과정에서 손 검사장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해킹을 통한 ‘제3자 전달 가능성’을 배척한 것이다.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발사주 의혹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최초로 보도했지만, 텔레그램의 ‘전달’ 기능이 이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한 것은 기자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OOO 보냄’은 텔레그램의 특수한 기능이다. 텔레그램에서는 자신이 수신한 사진 등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경우 최초 발신자의 이름이 자신과 최종 수신자에게 확인된다. 전달자(김웅)와 최종 수신자(조성은)는 최초 발신자(손준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첫 발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카카오톡과 비교된다.

조성은씨는 고발장 등을 김웅 의원에게 보낸 텔레그램상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의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이 일치한다며 두 ‘손준성’이 동일 인물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조성은씨가 이를 공개했던 당시에는 해당 계정이 탈퇴된 상태였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자 기자는 손 검사장이 자백할 것이라 기대했다. 취재 당시 손 검사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자녀들의 사진과 함께 올려놓았던 당시 손 검사장의 프로필 글귀는 아래와 같다.

Rejoice always. Pray without ceasing. Give thanks to God.(항상 기뻐하라. 끊임없이 기도하라. 하나님께 감사하라.)

이 글귀는 신약 성경 중 하나인 데살로니카전서의 내용이다. 사도 바울로가 어렵사리 개척한 교회를 경험 있는 지도자 없이 두고 떠나온 것이 마음에 걸려 해당 교회 신도들을 격려하고자 보낸 편지의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손 검사장의 구체적인 종교가 알려진 바 없으나, 적어도 그는 개신교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무교인 기자는 개신교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성경이 거짓말을 하라고 장려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손 검사장은 항소로 다투겠다고 한다.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모두를 수긍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고발사주 의혹이 검찰총장이었던 대통령을 향하는 점, 이 정권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소위 ‘잘나가는 검사’가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손 검사장에게 항소 외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그에게 검사의 직업윤리를 묻기엔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손준성에게 묻고 싶어서 이렇게 남긴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는지. 

2021년 9월 당시 손준성 검사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항상 기뻐하라. '끊임없이 기도하라.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신약 성경 글귀가 쓰여있다. / 사진=주재한 기자
2021년 9월 당시 손준성 검사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항상 기뻐하라. '끊임없이 기도하라.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신약 성경 글귀가 쓰여있다. / 사진=주재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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