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타 SNS와 달리 ‘첫 발신자’ 이름 확인돼
사진 속 ‘손준성’, 현직 검사와 동일인 가능성 제기
법조인 중 손준성은 1명···김웅도 전달 자체는 인정
손 검사, 김웅과 연수원 동기···윤석열 대검 핵심 참모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과거 참모가 관여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증거를 대라”라고 반발한 가운데, 텔레그램의 ‘전달’ 기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텔레그램은 본인(A)이 타인(B)으로부터 수신한 파일을 전달 기능을 통해 제3자(C)에게 발신하는 경우, A와 C는 첫 발신자인 B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고발 사주’의혹에 등장하는 손준성이 현직 검사와 동일인이라면 사법적·정치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사용된 SNS는 텔레그램이다. 텔레그램은 보안이 강점인 독일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정 시간 뒤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보안을 이유로 다수의 정계 관계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한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당 측에 여권 인사와 ‘검언유착’ 보도를 한 기자를 고발 대상으로 적시한 고발장을 전달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 일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글귀도 적혀있다. 검언유착 보도의 제보자의 과거 범죄사실에 대한 ‘실명 판결문’이 담긴 이 사진은 김웅 의원이 ‘손준성’이라는 인물로부터 받아 당 측에 전달한 것이라는 게 뉴스버스의 설명이다.
‘OOO 보냄’은 텔레그램의 특수한 기능이다. 텔레그램은 자신이 수신한 사진 등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경우 첫 발신자의 이름이 자신과 제3자에게 확인된다.
김웅 의원(A)이 ‘손준성’이라는 인물(B)로부터 받은 사진 파일을 당 관계자(C)에게 전달한 근거라는 게 뉴스버스의 설명이다. 실제 김 의원은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한 여러 제보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매체는 김 의원이 ‘손준성’으로 저장하고 고발장 등을 전달받은 인물이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라고 특정한다. 법조인 대관에 따르면 손준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법조인은 1명이다. 김 의원과 손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 동기로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사진에 등장한 ‘손준성’이 손준성 검사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이는 대목이다.
손 검사는 사건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수사정보정책관은 범죄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직책으로 검찰총장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핵심 참모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검의 ‘윤석열 사단’을 대거 교체했을 때, 손 검사는 대검에 몇 남지 않은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 ‘재판부 성향 문건’ 작성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는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이 윤 전 총장을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3일 기독교회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있으면 (증거를) 대라” “손 검사가 그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나. 그걸 내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버스 발행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료가) 손 검사에서 김 의원에게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위법성을 인식하면서 김웅 의원이 전달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취재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e는 손 검사가 사진에 등장한 ‘손준성’과 동일인인지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고자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손 검사는 이날 개인사유로 휴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