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스텔란티스, 30일 나란히 대표 교체···판매 부진 영향 큰 듯
지난해 폭스바겐과 지프 판매량 전년대비 35% 이상 급감
BMW와 볼보는 고공행진에 공고한 리더십
한상윤 대표, BMW 위기 극복 및 8년 만에 1위 탈환 성과
이윤모 볼보 대표, 매년 두자릿수 성장에 수입차 3강 목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브랜드 대표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기간 판매난에 허덕인 폭스바겐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최근 동시에 바뀐 반면, 성장세를 이어가는 볼보자동차코리아와 BMW코리아는 장기 집권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새 대표에 르노코리아자동차 방실 전 상무를 선임했다. 방실 신임 사장은 스텔란티스코리아 첫 여성 대표다.
방 사장은 폭스바겐코리아, 르노코리아 등을 거치면서 20년 동안 자동차 업계서 홍보, 마케팅, 세일즈, 애프터 세일즈, 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방 사장 임기는 내달 1일부터이며, 제이크 아우만 전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그룹 내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폭스바겐코리아도 사샤 아스키지안 사장이 한국을 떠나 그룹내 새 보직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사샤 아스키지안 사장 후임으로는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사장이 기존 그룹 총괄과 함께 폭스바겐 한국 사업을 책임진다.
회사 측은 두 사장이 임기를 마쳐 자리를 옮긴다고 했으나, 양사 판매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게이트 이전만 해도 연 3만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사태 이후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으며, 7년여가 지난 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폭스바겐 판매량은 1만247대까지 떨어지며 전년대비 35% 감소했다.
앞서 전임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경우 ‘수입차 대중화’를 선언하며 가격대를 낮춘 물량 공세로 나름 회복세를 보였지만, 사샤 사장 부임 이후에는 대중화 대신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론 이같은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며 폭스바겐 판매량은 2020년 1만7615대에서 사샤 사장 부임 이후인 2021년 1만4364대, 2022년 1만5791대, 2023년 1만247대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지프 브랜드의 경우 한 때 1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1만대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2021년부터 판매량이 감소세가 이어졌다.
제이크 아우만 전 사장이 부임한 직후인 2021년엔 1만대449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판매량이 19% 늘었지만 2022년 7166대, 2023년엔 4512대까지 급감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 푸조 브랜드도 2021년 2320대, 2022년 1965대, 2023년 2026대 등으로 부진이 계속됐다.
◇ BMW 8년 만에 1위 탈환···볼보 3위 자리 맹추격
이에 비해 BMW코리아와 볼보코리아의 경우 계속되는 성장세에 대표들 임기도 더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윤 BMW코리아 사장의 경우 지난 2019년 김효준 전 회장에게 대표 자리를 이어 받았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화재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한 사장은 BMW 화재사태로 인한 위기를 빠르게 진화하고 회사를 제 궤도에 올려놨다. 지난 2019년 BMW 판매는 4만4191대로 5만대 밑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2020년부터 매년 앞자리를 바꿔가며 급성장했다.
이어 지난 해에는 2015년 이후 8년만에 벤츠코리아를 제치고 수입차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한 사장이 BMW코리아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것은 물론 수입차 정상까지 차지한 공이 있는 만큼 당분간 한 사장에게 경영권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효준 전 회장이 20년 가까이 BMW를 이끈 이력이 있는 만큼 한 사장 체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의 경우 이미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며 현직 수입차 대표 중에선 최장기 집권 중이다.
이윤모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대표에 취임한 후 매년 볼보 성장을 이끌었다. 2014년 2900여대 수준이었던 볼보 판매량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반복하며 지난 2019년 처음으로 1만대 벽을 돌파했고, 이어 지난해엔 1만7000여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볼보는 오랜기간 이어졌던 수입차 독일 3강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지난해 볼보 판매량은 1만7018대, 3위인 아우디 판매량은 1만7868대로 고작 800대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볼보는 올해 3000만원대 전기차 EX30을 앞세워 연간 판매 1만8000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수입차 브랜드에서 한국인 대표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한국인 대표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이번에 국내 현지 상황에 능통한 방실 대표를 선임했으며, 아우디코리아도 지난 2022년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를 선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