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수주 격차 전년보다 더 벌어져
R&D 효율화 나선 민관···‘K-조선 초격차기술 얼라이언스’ 출범
삼성중공업·한화오션, 첫 선박 블록 생산 분야 협력 사례 나와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3년 연속 중국에 선박 수주량 1위 자리를 내준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에 맞서 업체 간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조선사 간 선박 블록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연구개발(R&D)을 함께하는 연대체계를 구축해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가 수주 전략으로 수주량을 대폭 늘린 중국이 친환경, 디지털 선박 부문 R&D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과 격차를 좁혀나가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자재 업체, 연구기관 등과 출범한 ‘K-조선 초격차기술 얼라이언스’를 통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 중이다. 내년 3월 말 초격차 기술 로드맵 공개를 앞둔 얼라이언스에는 15개 기관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국내 최고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한다. 

얼라이언스는 미래 친환경 선박, 디지털 선박, 스마트 자율운항 등 3개 그룹으로 운영된다. 조선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미래 먹거리 분야다. 특히 강화하는 국제 환경규제, 반복되는 인력수급 불안 등 대응을 위해서도 해당 분야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얼라이언스 결성은 한국을 바짝 뒤쫓아오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국내 조선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량 부문에서 중국에 크게 밀렸고 점유율 격차도 전년 대비 더 커졌다. 한국은 1008만CGT(표준선 환산톤수·218척)를 수주, 전 세계 수주량의 24%를 담당했다. 수주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수주량 글로벌 신조선 발주가 크게 줄었음에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중국은 2493만CGT(1117척)를 수주해 전 세계 누계 수주량의 60%를 차지했다. 전년(2589만CGT) 대비 수주량과 비교하면 3.7% 감소에 그쳤다. 한국과 점유율 격차도 18%P에서 36%P로 크게 따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 이후로 자국의 선단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면서 그 물량이 자국 조선소로 가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조선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건조 기술력도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 인력난을 겪는 한국과 달리 단기적으로 선박을 납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몸집만 커진 게 아니다. 최근 중국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주력 선종인 고부가·저탄소 선박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선박집단(CSSC) 자회사 황푸원충조선은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10억 달러 규모 3500TEU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5척 수주에 성공했다. 머스크로부터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던 현대미포조선은 이번 수주전에선 고배를 마셨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메탄올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메탄올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 사진=HD현대

조선 3사는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를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사마다 요구하는 친환경 연료가 다르고 다양한 친환경 연료 중 어느 연료가 대세가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크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국가가 R&D를 주도하고 조선업체가 참여하는 형태를 구축하고 있어 한국도 ‘R&D 효율화’을 위한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해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K-조선 초격차기술 얼라이언스’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조선 3사가 똑같은 기술에 각 사가 투자하는 형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었다”면서 “아직은 기술력에서 우리가 앞서있지만 장기적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3사가 함께 투자하는 기술지주회사를 두고 각 사는 차별화된 R&D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상선용 블록 분야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한화오션가 약 500억원 규모의 상선용 블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상선 건조 분야에선 조선 3사 간 첫 번째 협력 사례다.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조선사들은 납기 지연을 피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의존도를 높여 중국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국내 조선소끼리 힘을 합치겠다는 방안이다. 업계는 상선용 블록의 경우 선박 설계 등이 유출될 위험이 있어 삼성중공업이 중국의 블록 제작 업체와 계약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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