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HEV 판매량 첫 30만대 넘어···높은 연비와 전기차 과도기 맞물려 인기 상승
현대차·기아 작년 말 HEV 신형 출시···올해 판매 본격화되며 성장 견인
르노, 수입차 등도 HEV 라인업 확대하며 긍정적 효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HEV)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HEV 차량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디젤차를 역전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가 우수한 HEV 선호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라가고 있으며, 국내외 완성차기업들도 세계 각국의 탄소 규제 강화에 맞춰 HEV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가 과도기를 맞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올해에도 HEV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EV 판매량은 30만9164대를 기록했다. 국내 HEV 판매가 30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EV 성장률도 46.3%로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4%)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HEV 판매량이 디젤차를 넘어섰다. 지난해 디젤차 판매는 30만8708대로 HEV가 약 400대 차이로 앞섰다.

HEV 강세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가 높은 HEV 인기가 나날이 오르고 있으며,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가격대에 대한 부담으로 시기상조라 여긴 상당수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친환경차로 HEV를 선택하고 있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달 현대차와 기아 신차 출고 기간을 비교해보면 HEV 강세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월 현대차와 기아가 영업점에 배포한 납기표에 따르면 아반떼 HEV와 카니발 HEV 출고기간은 12개월로 가장 길었으며 쏘렌토 HEV는 10개월, 쏘나타와 싼타페 HEV는 8개월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같은 모델의 가솔린차는 통상 3개월 정도면 출고가 가능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만큼 HEV에 수요가 몰렸다는 의미다. 연초부터 HEV의 경우 긴 출고기간이 예정돼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HEV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 싼타페, 쏘렌토 등 주력 모델 이어 올해도 HEV 라인업 강화

HEV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도 올해 하이브리드 HEV 강화에 집중한다. 올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HEV와 전기차 등 투트랙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주력 모델 HEV를 대거 출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HEV를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출고했다. 신형 싼타페는 HEV 출고 전까지 판매량이 월 5000여대에 불과했지만, HEV 출고 이후 판매량이 8000대까지 껑충 뛰었다. 현대차 영업점에 따르면 싼타페 계약 중 HEV 비중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형 싼타페. / 사진=박성수 기자
신형 싼타페. / 사진=박성수 기자

또한 연말에 출시한 신형 투싼 HEV도 올해부터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HEV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올해부터 울산 3공장 효율화 과정을 거쳐 투싼과 코나 HEV를 생산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지난해 대표 모델인 쏘렌토 HEV를 출시한데 이어 카니발 HEV도 처음 선보였다. 카니발의 경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흔치 않은 HEV가 추가되면서, 인기가 급증했다. 앞서 진행한 사전계약서도 3만6000대를 넘기며 신기록을 썼고, 이 중 90% 이상이 HEV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는 올해에도 HEV 주력 모델을 추가한다. 그랜저와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K8 페이스리프트가 출시 예정인 가운데 HEV도 함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8 HEV 판매량은 2만5211대로 전체 판매(4만437대)의 62%를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상승하는 HEV 인기를 감안하면 신형 K8에서 HEV 비중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발. / 사진=박성수 기자
카니발. / 사진=박성수 기자

또한 기아는 올해 말 스포티지 신형을 내놓을 예정인데 HEV도 함께 출시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아직 HEV 모델이 없는 가운데, 일각에선 현대차가 개발 중인 차세대 HEV 시스템이 제네시스 모델에 추가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제네시스 관계자는 “HEV 모델 출시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만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부진했던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올해 HEV 신차를 내놓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오로라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형 SUV HEV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해당 차량은 르노그룹과 중국지리그룹이 공동개발했으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KG모빌리티는 올해에는 전기차 신차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HEV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입자동차의 경우 HEV 비중이 더 높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HEV 판매는 9만1680대로 전년대비 23.5% 늘었으며, 가솔린차(11만9632대)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볼보코리아자동차 등 상위권 브랜드들이 마일드 HEV 라인업을 대거 내놓으면서 HEV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HEV 판매량이 1만2180대로 가솔린(9348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HEV 인기로 인해 전통적인 HEV 강자인 일본차 강세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렉서스와 토요타는 HEV 신형을 대거 출시하면서 각각 1만3561대, 8495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78.6%, 35.7% 증가한 바 있다.

토요타의 5세대 프리우스(이하 프리우스)가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토요타의 5세대 프리우스. /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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