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계현 사장 유임하고 SK는 곽노정 단독 대표체제 전환
HBM 등 핵심 먹거리 경쟁력 강화 신설 조직 구성

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말 인사에서 ‘안정’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을 비롯한 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을 모두 유임했으며,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곽노정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게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핵심 먹거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관련 역량을 집중할 새로운 조직도 신설했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산하에 상품기획실을 신설했다. 차세대 HBM, DDR5 등 신제품 발굴 및 상품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반도체 공정·소재·부품·분석기술·계측(MI) 등 관련 부서를 통폐합한 소재부품센터를 제조 담당 산하에 신설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글로벌세일즈&마케팅(GSM) 조직도 여기에 함께 편제하면서 김주선 GSM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해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AI 인프라 산하에는 ‘HBM 비즈니스’와 ‘AI&Next’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하는 한편, AI 관련 신시장 발굴에도 집중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겠단 전략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반도체연구소 산하에 차세대 공정개발실을 신설하고, 현상진 부사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현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제품 양산화 성공에 기여한 인재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와 솔루션사업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N-S 커미티’를 신설했으며,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기반기술센터’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경 사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을 유임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도 내년 사업을 그대로 맡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올해 반도체 실적 부진이 업황 악화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새 먹거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점은 D램 선두업체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경 사장이 (이번 인사로)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라며, “반도체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책임론은 잠시 미뤄두고, 안정적인 경영체제 아래 내년 업황 회복을 대비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매출 전망치(5170억 달러) 대비 20.2% 증가한 6210억 달러(약 810조 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D램과 낸드가 각각 17.3%, 14.9% 증가하고, 비메모리는 20.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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