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흥행···주변 시세 대비 3억원 저렴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고분양가 여파로 분양 물량 해소 더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침체국면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던 강남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경우 입지가 좋아도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모양새다.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가 공급한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169가구 모집에 2만5783명이 몰려 평균 15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354대 1에 달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도 108대 1을 기록했다.
흥행에 성공한 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전용 49㎡이 7억6600만원, 전용 59㎡은 8억800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인근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입주) 전용 49㎡가 올해 9월 14억4500만원에 거래됐고,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2022년 1월 입주) 전용 59㎡는 같은 달 11억9000만원에 팔렸다. 해당 단지에 당첨될 경우 3억원 가량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대우건설이 자회사 대우에스티를 통해 공급하는 강남구 개포동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78가구)는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분양을 아직까지 해소하지 못했다. 이곳은 내년 2월 입주가 예정된 후분양 단지다.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데다 수인분당선 구룡역 앞 초역세권 단지로 주목을 받았다.
소규모 단지임에도 아직까지 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한 건 비싼 분양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곳은 3.3㎡당 분양가격이 6700만원에서 7600만원까지 형성하고 있다. 인근 ‘래미안블레스티’(2019년 2월 입주)나 ‘개포래미안포레스트’(2020년 9월 입주)가 7000만원 중반에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에 대한 메리트가 크게 없는 셈이다. 후분양 단지로 10% 계약금을 내고 입주 시 90%의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분양권 시장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양새다. 송파구 오금동 ‘송파 더 플래티넘’에선 전용 65㎡ 분양권이 최근 13억226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면적 분양가가 14억7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이 하락했다. 이곳은 송파 아남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단지로 지난해 1월 분양 당시 최고 27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 당시 일반분양 물량이 29가구밖에 안 돼 주택법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업계에선 과거 강남이면 다 팔린다는 공식이 통했지만 이제는 분양가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소비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며 “시세차익이 확실한 단지에만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