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펙플러스(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 회의 연기
국제 유가 급락·정제 마진 하락에 정유사 실적 전망 '흐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업계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오펙 플러스의 가격 방어를 위한 생산량 조정 협의가 삐걱대면서 국제유가도 내림세로 돌아서면서다. 여기에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도 올해 3분기 대비 하락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25일 CNN 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 오펙플러스(OPEC+)가 예정된 회의를 연기하기로 발표한 뒤 시장에선 향후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펙플러스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오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장관급 감시위원회 회의를 3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기 결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회원국의 산유량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앙골라, 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산유국이 감산 확대를 거부하면서다.
이에 오펙 플러스가 유가 인상을 위한 추가 감산에 소극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도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적 요인도 유가 하락을 부추길 전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둔화 양상과 북반구 겨울철 진입에 따라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70달러대에서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유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고유가 추세가 꺾인 데다 정제마진도 하락하면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제외한 수치로,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로 쓰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평균 정제마진은 10.6달러 안팎이다. 이는 손익분기점보다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8월과 비교하면 정제마진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의 올해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4742억원으로 지난 3분기(8589억원) 대비 4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5631억원에서 7508억원으로 51.9%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내림세인데 유가까지 더 떨어지면 (정유업체의) 실적 하락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환경 전환에 투자하는 비용도 급격히 늘고 있어 수익성 하락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유사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야당이 제기한 횡재세 도입 주장은 수그러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횡재세는 정유사가 벌어들인 초과 이익을 세금 형태로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잃을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