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 국내 2상 결과 발표 내년으로 연기
핵심 파이프라인 성장 동력 부재 우려↑···상장 후 기술이전 성과 '0'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샤페론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NuGel)’ 국내 2상 최종 결과 발표가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임상 성공 여부에 대한 의문이 터져 나온다. 당초 회사는 올해 상반기 누겔 국내 2상 결과를 도출한다고 밝혔으나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누겔 국내 2상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샤페론은 지난 2020년부터 아토피 치료제 누겔 국내 2상에 착수한 뒤 지난해 하반기 마지막 환자 투약을 끝내면서 사실상 임상을 종료했다. 회사는 2021년 누겔 국내 2상 중간 결과를 내고, 이르면 올해 초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 발표 시점을 올 하반기로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추후 발표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임상 데이터 분석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업계에서 누겔 국내 2상 결과 발표 지연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샤페론 측은 “바이오마커 추가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라고만 전하며, 구체적인 결과 발표 지연 사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샤페론의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호흡기 질환 치료제 ‘누세핀(NuSepin)’,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누세린(NuCerin)’, 나노바디(Nanobody)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파필릭시맙(Papiliximab)’ 등이 있다.
이중 누겔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체내 면역 단백질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낮추고 염증 조절 세포 수를 늘리는 기전의 치료 후보물질이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국내 5개 병원에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회사는 지난 2021년 8월 중간 결과를 발표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누겔 국내 2상 중간 결과, 누겔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양호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수개월째 최종 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샤페론을 향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인 호흡기 질환 치료제 누세핀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다. 지난 7월 발표한 누세핀 임상 2b상 결과엔 엇갈린 반응이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누세핀을 코로나19 폐렴 치료제로 다국가 2b상을 전개해온 바 있다.
샤페론 공시에 따르면, PP(Per Protocol set) 평가군의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FA(Full Analysis set) 평가군의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누세핀 2b상을 두고 성공과 실패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샤페론은 임상 3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2상에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신약후보물질이 대규모 3상에서 2상 결과를 뒤엎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상에서 유의성을 확보했더라도 3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경우도 다수”라며 “타깃 적응증을 달리해 새로운 임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이상,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한 약물로 3상에 들어간다면 성공 확률은 더욱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샤페론은 누세핀 글로벌 3상은 지난 2b 임상 프로토콜을 일부 변경해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수요는 꺾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예방·치료제 ‘이부실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글로벌 빅파마의 치료제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0월 상장을 앞두고 거래소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샤페론은 누겔 국내 2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및 중국 기술이전에 나선다. 또 누겔 미국 2상 데이터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술이전 계획도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누세린은 임상 1상 데이터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누세핀은 추가 글로벌 기술이전 등의 사업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체결된 기술이전 계약 건수는 0건으로 집계된다. 회사의 기술이전 성과는 모두 상장 전에 이뤄진 2건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샤페론 측은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