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 '누세핀'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개발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임상 재개할까
사업성 높은 적응증 치료제 개발 필요성↑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샤페론이 호흡기 질환 치료제 ‘누세핀(NuSepin)’ 개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사업성이 높은 적응증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내외적으로 커지면서다. 샤페론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샤페론은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누세핀의 다국가 임상 2b상에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2b상에서 확인한 유의한 용량을 설정해 글로벌 3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샤페론이 호흡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누세핀은 염증 복합체를 표적으로 한 항염증 치료제다. 샤페론은 지난 10년간 해당 기술을 연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샤페론은 누세핀을 코로나19 폐렴, 인플루엔자 폐렴,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개발하고 있다. 누세핀을 세 가지 적응증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해온 것이다.
다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지난해 4월 전임상 단계에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국내 1상은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샤페론은 누세핀을 코로나19 폐렴과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 2021년 누세핀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임상 잠정 중단
앞서 샤페론은 코로나19 폐렴 환자의 폐에서 염증 복합제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누세핀을 코로나19 폐렴 치료제로 활용했다. 2020년 코로나19 폐렴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다국가 2b상에 착수했다.
샤페론은 누세핀의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자 2021년부터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임상을 잠정 중단했다. 샤페론에 따르면 누세핀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2a상은 2021년 7월에 종료됐다. 샤페론 측은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개발이 더 사업성 있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인플루엔자 폐렴 환자 모집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업계 전반으로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수요가 꺾였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샤페론은 아직 주요 매출원이 없고, IPO 당시 공모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금액도 예상보다 축소됐었다.
2021년 샤페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누세린(NuCerin)을 국전약품에 기술이전하면서 매출 5억2300만원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브릿지바이오에 누세핀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부문을 기술이전해 20억원이 매출로 잡혔다. 다만 올해부터는 기술이전과 관련된 공식적인 수입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19 폐렴 치료로 기술이전 vs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로 다시 임상
샤페론은 신약 개발로만 수익이 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이전으로 수익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회사는 누세핀의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임상 2b상이 종료되는 대로 3상을 추진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목표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민감도가 떨어지자, 코로나19 폐렴 치료제 관심도 사그라들고 있다. 회사가 누세핀을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b상을 재개할지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샤폐론은 “올해도 기술이전 매출을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며 “누세핀의 인플루엔자 폐렴 치료제 임상을 재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세핀의 코로나19 폐렴 치료 2b상에서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함에 따라 인플루엔자 독감 폐렴에서도 효능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폐에 쌓이면서 나타난다. 누세핀은 항염증 치료제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면역작용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개발비도 넉넉한 상황이다. 샤페론이 연구개발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약 277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IPO 당시 공모자금 137억원에서 120억원을 임상 및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66억원이 확보됐다. 지난해엔 국가신약개발재단(KDDF)로부터 누세핀 개발 지원금 91억원을 지원받았다.
샤페론 관계자는 “코로나19 폐렴 2b상에서 증상 완화를 확인했다”며 “인플루엔자 독감 폐렴도 같은 물질로 개발하는 것이니 임상을 재개해 볼만 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샤페론은 누세핀 외에도 바이오마커 기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NuGel)’과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누세린(NuCerin)’, 나노바디(Nanobody)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파필릭시맙(Papiliximab)’ 등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