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바이오파마, 사모펀드 운용사와 매각 논의···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추진
일동제약 5월부터 구조조정, R&D비 증가 원인···녹십자도 퇴직 신청 개시, 실적 부진 사유  
업계, 인건비 축소 위해 영업사원 소수정예 가동과 CSO에 영업 위탁 증가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최근 잇달아 진행되는 제약사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멘붕에 빠졌다. 이에 업계는 향후 영업사원 정예화와 CSO(영업대행사) 위탁이 늘어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제약사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견 제약사인 보령은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미 두 차례 매각이 결렬된 상태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보령바이오파마와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매각 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SK케미칼도 제약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반발이 거세 매각 진행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거나 진행 중인 상태다. 일동제약의 경우 지난 5월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인력 감축 등 경영쇄신에 착수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임원 급여 20%를 반납하는 내용이었다. 차장 이상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가동한 결과, 120여명이 퇴사하고 2분기 퇴직 위로금 96억원을 지급했다. 일동제약은 R&D(연구개발) 비용 집행이 늘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후유증을 앓았던 것이 구조조정 원인으로 꼽힌다. 이어 일동제약은 최근 자회사 ‘유노비아’를 출범시키며 R&D 파트를 분사했다.  

GC녹십자도 이번 주 초부터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녹십자는 조직 규모를 10%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는 상시 퇴직 프로그램을 통한 조직 규모 축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구조조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올 1분기 실적이 4위로 내려가는 등 GC녹십자 경영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편”이라며 “주력품목인 헌터라제 수출에 공백이 발생하는 등 내부 사정으로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처럼 일부 제약사 매각과 구조조정 추진이 외부에 공개됨에 따라 제약업계는 어수선한 모습이다. 과거 몇몇 다국적 제약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한 사실은 있었지만 국내 제약사가 인원감축을 추진한 일은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 매출 2위인 GC녹십자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녹십자의 경우 올해 실적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는데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이 알려져 놀랐다”며 “업계는 향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제약사가 연달아 나올지 주목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향후 제약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영위기에 대처할지에 대한 전망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인건비 등 운영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의약품을 소비하는 시장이 한정된 반면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구조에서 의약품 원가를 줄여야 하는데 이중 비중이 높은 인건비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내근 직원과 달리 영업사원은 비교적 평가가 가능한 지표가 있어 업체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영위기가 오면 제약사들은 영업사원 규모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이상적 방안은 국산신약에 최대한 자금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 최근 입증됐다”며 “경영진 입장에서 비교적 단기간 운영비를 줄이는 방법은 영업사원을 소수정예로 가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사원 정예화와 함께 영업의 CSO 위탁은 이미 업계에 확산하는 흐름이다. 향후 핵심은 영업의 CSO 위탁이 대형 제약사로 확산될 지 그리고 중견과 중소 제약사에서 비중이 더욱 늘어날지 등으로 요약된다. 과거부터 CSO 위탁을 진행 중인 중견이나 중소 제약사의 경우 단계적으로 그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은 업계 상당수가 전망하는 부분이다. 모 제약사는 지난 2019년 CSO 위탁을 개시한 이래 비중이 오르더니 결국 지난해 100%로 전환된 사례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기존 영업사원을 퇴사시켜 CSO로 전환하는 경우 통상 2년이나 3년 까지는 직원 퇴직금이나 수수료로 인해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시스템 전환이 정착되면 인건비 부담을 덜면서 효율적 경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F씨는 “일부 대형 제약사들도 CSO에 위탁한 소수 품목이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시스템 전환에 따른 이익과 손실 여부를 체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 제약사도 전체는 아니지만 향후 일부 품목을 CSO에 위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올 들어 발생한 제약사 매각과 구조조정이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일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제약사들이 인건비 등 운영비를 어떻게 줄이며 대응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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