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보다 일동제약 구조조정 추진 충격파 더 커···타 제약사 여파 주목
구조조정·매각으로 직원들, 고용안정 불안 확산···업계 “매출과 수익 확보가 방법”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한국MSD와 일동제약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국적 제약사 구조조정은 선례가 있는 반면, 국내 중견 제약사의 직원 축소는 전례가 적은 탓에 충격파가 더 크다. 제약업계 직원들은 구조조정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그동안 공급해왔던 자사의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 총 3개 품목 모든 권리를 최근 종근당에 매각했다. MSD는 담당 업무를 진행해 왔던 100여명의 직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는데, 향후 정리해고 가능성에 MSD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은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일동제약은 차장 이상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직원들은 MSD가 100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MSD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제약사 직원은 “외견상으로는 지난 17일 노조의 피켓시위를 제외하곤 조용한 상태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현실에서 MSD가 강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안 된다”며 “회사에 남길 원하는 직원은 최대한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역량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MSD는 업계 관행보다 다소 높은 희망퇴직패키지를 제시해놓고 희망퇴직을 신청하라고 한다”며 “다른 다국적 제약사도 퇴직위로금을 조금 더 주는 선에서 직원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다국적 제약사 구조조정은 일부 선례가 있어 직원들 충격파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일동제약 구조조정은 전례가 적어 국내 제약사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제약사 직원은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 소문은 돌았지만 막상 발표되니 당혹스럽다”며 “구조조정이 남의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일동제약은 올 1분기 기준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를 합쳐 매출 15위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했던 중견 제약사다. 상위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안정적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언제든지 10위권으로 점프할 능력을 갖춘 제약사로 평가 받았다. B제약사 관계자는 “수익성은 어렵지만 일동제약 정도 전통과 능력을 갖춘 제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매출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며 “R&D(연구개발) 투자가 영업적자로 이어진 것이 구조조정 사유라고 하니 혼란이 온다”고 언급했다.  

일동제약은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업계 상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별 체계가 달라 논란은 있지만 급여총액을 직원 수로 나눈 지난해 일동제약 직원 평균 연봉은 7846만원으로 상위권이다.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도 11년 6개월로 긴 편이다. C제약사 직원은 “향후 일동제약이 희망퇴직을 신청 받아 위로금을 지급하는 수준을 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 인력이 감축되고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 지가 관심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동제약 구조조정이 향후 다른 제약사에 미칠 여파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자칫 경영난을 겪는 제약사가 ‘구조조정’을 사용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제약사 관계자는 “일동제약에 이어 다른 제약사들이 유사한 쇄신책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이를 막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정부 등 업계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제약업종이 힘들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제약업계가 보수적 성향을 보여준 경우는 일부 있지만 위기 시 내부적으로 뭉쳐 대규모 구조조정를 실시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장점을 대부분 업체 직원들이 신뢰했는데 최근에는 눈에 보이는 매출과 수익, 성과 등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약사 창업주 대부분이 타계하고 2세나 3세가 경영권을 장악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E제약사 직원은 “구조조정과 사례는 약간 다르지만 최근에는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일부 업체 매각도 진행되고 있어 직원들이 고용 안정성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은 경향이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MSD와 일동제약 사태는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제약사들이 신약 R&D와 꾸준한 경영실적 제고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평상시 확보하는 것만이 직원 구조조정을 막는 현실적 방법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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