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10월 고정가 2년 3개월 만에 반등
삼성·SK, 4분기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 예정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D램·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나란히 상승세에 진입했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생산 감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이 재차 크게 하향 변동할 가능성이 적더라도, 재고 정상화를 앞당기려면 여전히 보수적인 생산 정책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4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 및 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10월 고정 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6%가량 오른 평균 3.88달러(5131원)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7월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2년 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D램 고정거래가도 지속 하락하다 지난 9월 보합세로 돌아섰으며, 10월 상승세로 전환됐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가는 전월보다 15.4%가량 상승한 1.5달러(1983원)를 기록했다.

고정거래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 시 반영되는 가격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DDR4가 전분기 대비 8~13%, DDR5가 10~15%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의 경우 가격이 전 분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0~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보수적인 생산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국내 메모리업체들이 4분기 가격 안정을 목표로 낸드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제품별 생산 조정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 여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낸드는 선단 공정 외 구형 공정에 대한 감산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분기에는 개선된 수요 환경과 생산량 하향 조정 폭을 감안할 때 더욱 빠른 속도로 재고 수준이 감소할 것”이라며, “당사는 이른 시일 안에 재고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선별적 생산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지속 실행할 예정이며, 특히 D램 대비 낸드의 생산 하향 조정 폭은 당분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중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유지해온 캐팩스(설비투자)를 기반으로 1a나노, 1b나노 D램 및 V7, V8 낸드 등 선단 공정은 생산 하향 조정 없이 공급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고, 이를 통해 당사의 시장 내에서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D램은 최근 수요 개선세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낸드의 경우 여전히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전략 수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D램보다는 낸드의 업계 재고 수준이 현재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낸드의 보수적 생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며, “시장 개선에 따라서 장비 가동률을 회복할 시점에는 다음 세대의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비가동 장비가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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