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부분변경 모델, 디자인·탑승감·편의성 개선
쏘나타와 함께 쌍끌이···‘SUV 라이벌’에 출사표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이달 중형세단 K5의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본격 판매하며 올 들어 부진한 동급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아는 신형 K5의 품질을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 할 뿐 아니라, 가격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 수요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2일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한 K5 3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K5’(이하 K5)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이번 K5를 이전 모델과 비교해 실내외 디자인과 편의사양 구성, 소음·진동 차단 성능 등이 개선해 차량의 매력도를 높였다. 디자인 특징으로 외관에 기아의 최신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심장박동 그래프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장착됐다. 이와 함께 휠, 리어램프 등에 신규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에는 1열 공조 조작부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바로 아래로 옮겨지고 버튼 수가 줄었으며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하단에 적용돼 더욱 간결하고 편리해진 구성을 보여준다.
◇OTA 기본장착···NVH 성능 개선 “더욱 아늑해졌다”
편의 사양으로는 무선 소프트웨어(OTA) 업데이트 기능이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돼 차량의 주요 전자 제어와 연계된 기능을 최신 상태로 더욱 간편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영상,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가 적용됐다. 이에 더해 음향 장비로 12개 스피커로 구성된 크렐(KREL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기반 5.1 채널 사운드가 적용돼 음질 수준이 높아졌다.
이밖에 스마트키 없이 스마트폰이나 워치를 지니고 차량으로 가까이 가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게 해주며 사용자별 개인화 설정도 지원하는 기아 디지털 키 2와 지문 인증시스템, 내장형 고화질 블랙박스(빌트인 캠2) 등이 장착됐다.
K5의 신규 요소 중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가 운행 중 소음과 진동을 흘려보내는 NVH 성능이다. 기아는 차량 전ᆞ륜·후륜 서스펜션의 특성과 소재를 최적화해 민첩한 주행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면 잔진동과 충격을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탑승 경험을 더욱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차체와 앞유리가 만나는 부분의 소재를 보강하고 후륜 멤버(차체 지지 장치)의 구성품 중 하나인 충격 흡수 부품과 전륜 멤버의 소재를 최적화해 지면에서 차량으로 전달되는 노면 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 이밖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기존 앞유리, 앞좌석에서 뒷좌석까지 확대 적용해 정숙성도 높였다. 민첩하면서도 아늑한 탑승 경험이 강점인 세단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요소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 5월 현대자동차가 출고 개시한 쏘나타 8세대 부분변경모델 ‘쏘나타 디 엣지’에 신규 적용되지 않은 점에서 더욱 부각되는 요소다.
K5의 구동장치(파워트레인) 선택지는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2.0 LPG ▲2.0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 4종으로 마련됐다. 각 엔진의 구동력도 이전 모델과 같다.
◇트림별 100만~300만원↑···개소세 정상화·물가 인상에도 합리화
K5의 가격대는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기아가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아는 K5 이전 모델의 기본(엔트림) 트림이었던 ‘트렌디’를 이번 모델에서 배제하고 다음 트림인 ‘프레스티지’를 최소 가격의 모델로 마련했다.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이전 K5의 같은 트림과 비교해 100만~300만원가량 인상됐다.
다만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이 지난 6월말 일몰된 점을 고려하면 해당 가격차는 더욱 작아진다. 기아가 최근 들쑥날쑥한 원자재값을 차량 판매가에 전가하고, 개선된 사양들을 두루 적용한 점을 고려할 때 크지 않은 인상폭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K5의 엔진 라인업별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2019년 12월 3세대 완전변경모델이 처음 출시된 후 지난해까지 3년간 약 50만원 인상됐다. 물가 인상분과 개별소비세율 원점(5.0%) 회귀 등을 고려하면 일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아가 수익성 개선과 고객 만족도 개선을 위한 차량 고급화 전략으로 엔트리 트림을 없애 차량의 가격 장벽이 높아졌다. 다만 기아는 원자재 조달, 사양 구성 최적화 등 분야별 노하우를 발휘한 한편 사양을 재구성해 생산단가를 맞추는 방식으로 판매가 인상폭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쏘나타 뒷심 이어 SUV 수요 탈환 노린다
K5는 앞서 출시된 신형 쏘나타의 뒷심을 이어갈 모델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가 지난 5월 출고하기 시작한 신형 쏘나타는 전달(629대) 대비 1000대 넘게 늘어난 1729대 판매된 후 2000~3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며 성장해왔다.
같은 기간 K5는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2000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며 숨 고르기 해온 상황이다. 다만 신형 쏘나타 출시로 동급 모델인 K5에 대한 고객 관심도가 높아지고, 기아가 재고 소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K5 신모델의 출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부진한 중형 세단 시장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각 사에 따르면 쏘나타(택시용 LF 쏘나타 포함), K5 두 모델의 지난 1~10월 판매량은 전년동기(6만5776대) 대비 13.6% 감소한 5만6814대로 집계됐다. 가격대가 비슷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셀토스, 코나를 비롯해 동급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준중형 SUV 투싼, 스포티지가 월 3000~6000대씩 판매되며 중형 세단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차량과 동급모델로 분류되는 르노코리아자동차 SM6의 판매량은 더욱 위축됐다.
다만 K5의 판매량이 올해 신차 출시효과 없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K5가 디자인 경쟁력과 사양 구성을 무기로 주요 공략 고객층인 20~30대의 수요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쏘나타가 신모델 출시 후 실적 개선을 보인 만큼, K5도 출고 개시 후 중형 세단 판매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상품성을 개선한 동시에 가격 합리화에 힘쓴 K5의 판매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아는 지난달 27일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에서 K5, 카니발 등 상품성 개선 모델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