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로 임명된 고위직 명령 직원들 따르지 않아···복지부 관료는 국민만 생각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일 잘하는 관료가 인사로비도 잘 한다. 여당과 야당을 구분하지 않고 전방위로 로비하는 관료들을 보면 인사로비도 능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말은 틀리다고 기자는 판단한다. 인사로비는 능력이 아니라 반칙이라는 것이 기자 생각이다.
일단 인사운동은 정부중앙부처에서 인사권을 가진 장관이나 차관 등을 상대로 운동하는 것을 지칭한다. 고전적 방법으로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인사로비는 강도가 더 큰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부처 외부의 파워 기관에서 근무하는 고위직을 대상으로 승진이나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로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나 연금개혁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의 경우 과거에도 인사운동은 물론 인사로비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생각이다. 반면 지난해 5월 현 정부가 출범한 후 단행한 8월 복지부 고위직 인사부터는 유난히 발령 후 말이 많았다. 인사 발표 후 항상 말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그 정도가 달랐다고 판단된다. 정권이 교체됐고 고위직 물갈이가 진행되면서 인사 폭이 커졌고 인사권자가 외부 출신이며 복지부에 부임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어느 고위직 뒷배는 누구 이런 식의 소문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부내 상황이 올 들어서는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보건의료정책실장 A씨가 직위해제된 후 9월 하순부터 3차례로 나뉘어 고위직 인사가 단행될 때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고위직 물갈이는 긍정적이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했는지 판단이 어렵다.
가장 빈번하게 나왔던 말은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들이 승진하고 요직을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이 요직을 점령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질서와 원칙이 있었고 관행도 감안했다. 이번에는 이같은 기조도 찾기 어려웠다. 결과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좌천도 있었고 고참 국장이 발령 받는 보직에 국장 초임자가 임명되는 일도 있었다.
능력과 실력에 따른 인사라고 포장할수도 있다. 더 큰 일은 발령 후 발생했다. 이번에 승진하고 요직을 점령한 복수의 고위직 뒷배로 추정되는 국회의원 명단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로비는 대개 여당 국회의원, 대통령실,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근무자들이 대상으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고위직별 뒷배 명단까지 돌고 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글을 읽는 일부 독자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예상되는 인사로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 본부 실장급 5명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 등 인사 문제점은 수십여가지를 들 수 있는 상황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사로비로 승진하고 요직에 임명된 일부 고위직 행태는 직원들이 잘 안다. 그들 혈연과 학연, 지연, 군대연, 사회연줄 등을 파악하면 뒷배가 다 보이는데 해당 고위직 명령이나 지시가 직원들에게 먹힐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결국 잘못된 복지부 인사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온다고 판단된다. 복지부 관료라면 오직 국민만 생각하며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고위직은 인사로비를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인사로비는 능력이 아닌 반칙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