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물가 상승률 가공식품 7.6%·외식 7.0%···가구 처분가능소득은 2.8% 감소
식품업계에 가격인상 자제 요청·비축 수산물 3500톤 방출

24일 오전 서울 도봉구 소재 한 마트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사진=이숙영 기자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가구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의 물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중동 불안,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선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소득은 감소하고, 먹거리 물가는 올랐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전년 동기 대비 2.8% 줄고,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는 7% 이상 올랐다.

올 2분기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직전분기 대비 4.01% 감소한 수치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제한 돈으로 소비나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다. 즉 각 가구가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7.6%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정점이었던 올 1분기(9.9%)에 비해 낮아졌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1~3%대였다. 

2분기 외식 물가상승률은 7.0%를 기록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2%)에 비해서 2배 이상 높다. 3분기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상승률은 각각 6.3%, 5.4%로 내려왔지만 이미 오른 먹거리 부담에 소비자 부담은 큰 상황이다.

처분가능소득 및  가공식품·외식물가지수 증가율.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고물가로 어려운 가운데 물가 인상 요소는 남아있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원부재료·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식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또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며 한국의 금리 인하도 한동안 어려울 전망이다.

높아지는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아나서고 있다. 이날 방문한 서울 도봉구의 한 마트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밤, 생강 등을 싸게 파는 농산물 행사 코너가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10시 물량 한정으로 사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가 시작되자 수십명의 고객들이 사과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과를 구매한 70대 남성은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물가가 다 비싸다”며 “그래도 행사를 해서 사과를 샀다”고 말했다.

김장이 다가온 만큼 새우젓, 무 등 김장 재료의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한 소비자는 “새우젓이 (다른 곳에 비해) 1000원 싼 것 같다”며 상품을 꼼꼼히 살폈다. 정육코너에서는 “더 싼 것은 없냐” “행사 상품은 어떤 것이냐”고 질문하는 소비자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수산물코너에서는 ‘대한민국 수산대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1월 시작된 대한민국 수산대전은 정부가 예산을 사용해 온·오프라인 유통사의 일부 수산물을 할인하는 행사다. 행사를 통해 오징어, 갈치 등이 할인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4일 오전 서울 도봉구 소재 한 마트 내 수산물 코너. / 사진=이숙영 기자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다음달 15일까지 명태 3000톤과 오징어 500톤을 방출한다. 정부 비축 수산물은 전통시장, 마트 등에 우선 공급되며 시중에서 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게 판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CJ제일제당·오뚜기·농심·롯데웰푸드·SPC 등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또 이날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CJ제일제당 제당공장을 찾아 설탕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키도 했다. 

한편 이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서울 도봉구 소재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주요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정부는 공급 확대와 할인지원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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