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돌연 하한가···원인은 불분명
호재와 호실적에도 주가 과하게 급락하는 ‘K-셀온’도 화두
지속될 경우 증시 신뢰 저하 요인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갑작스럽게 주가가 급락하거나 호재에도 대규모 매도세가 나오는 사례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국증시의 새로운 고질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하락을 예상하지 못하다 날벼락을 맞은 것으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의 신뢰 저하에 한몫할 수 있다는 평가다.
◇ 또다시 돌연 하한가에 투자자 날벼락···올해만 수차례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지주인 영풍제지와 영풍제지의 모기업이자 스테인리스 제조기업인 대양금속은 각각 29.96%, 29.91% 주가가 폭락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하한가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실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최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외하면 별다른 공시조차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영풍제지의 주가가 올 들어 9배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한순간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었고 대양금속은 되레 주가가 하락 추세에 있었다.
일각에서는 무더기 하한가를 촉발한 이른바 ‘라덕연 사태’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공매도가 되지 않고 장기간 저평가된 자산주라는 점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앞선 4월 24일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가가 갑작스레 하한가를 맞았는데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의 불공정 거래 혐의 영향으로 분석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연기금 매수세를 보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같은 이슈가 터질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자는 “하한가 사태가 지속적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 호재·호실적 나왔는데 왜?···‘K-셀온’에 한숨
돌연 하한가 사태와 함께 ‘K-셀온’(Korea Sell-on)이라는 신조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셀온’은 해당 종목에 호재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 증시의 경우 셀온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약 개발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일본 피부질환 분야 제약사 ‘마루호’(Maruho)에 기술이전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만 약 2980억원으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5억원의 매출을 낸 것을 감안하면 대형 호재였다. 그러나 주가는 공시 당일 13.27% 급락한데 이어 17일 1.72%, 18일 14.25% 하락했다.
게임사 네오위즈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네오위즈는 기대작 ‘P의 거짓’이 지난달 19일 출시됐는데 출시일 전후로 주가가 급락했다. 게임 출시 전인 지난달 14일에는 평론가 평점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비평가 점수 82점을 받아 호재가 발생했음에도 15.57% 급락했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달 초 4만2650원이었던 주가는 한 달만에 2만3350원까지 내렸다.
이는 실적발표 시즌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현상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묻지마 셀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개인 투자자는 “호재나 호실적 뒤 더 큰 기대가 생기며 주가가 상승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증시는 반대의 경우가 많다”며 “재료 소멸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설명되고는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K-셀온 공포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한국증시에 실망···또 다른 디스카운트 요인될라
개인 소액 투자자 보호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아직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하한가 사태와 K-셀온 현상이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자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하한가 사태는 시장 감시와 관련한 제도적인 문제로, K-셀온은 단기적인 투자 성향이 짙은 한국의 투자 문화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부정적인 사례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국내 증시의 건전한 성장에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시장 참여자뿐만 아니라 시장 관리자와 정책 입안자들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