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국회 초청 세미나 개최
수출입은행, 금융지원 여력 한계···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 차일피일 미뤄져
이성수 “금융지원 늦어지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 올 수도”

이성수 한화그룹 사장이 5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모임 한화 그룹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이성수 한화그룹 사장(왼쪽 세번째)이 5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모임 한화 그룹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그룹은 20조원 규모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 중 실질적 계약이 이뤄진 6조원을 제외한 14조원의 계약이 남아있다. 수출입 은행 한도 등 제도가 미비해 사실상 손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성수 한화그룹 사장)

국내 방산업체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군비 증가 추세에 힘입어 호황기를 맞았지만, 정부 지원 여력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 수출을 위해선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의 금융지원이 요구되는데, 관련 법의 한계로 지원 금액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출자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40%로 제한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폴란드 무기 수출 1차 실행 계약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했다. 현재는 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이 18조원가량으로 평가돼 지원 여력이 바닥이 났다는 평가다.

이에 당장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의 연내 체결도 불투명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국내 방산업계는 올해 안으로 폴란드 수출을 통해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수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2차 실행 계약은 미뤄지고 있다. 폴란드는 2차 실행계약 조건으로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방산업계는 신속한 법 개정을 통한 정책 금융지원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사장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화그룹의 방위산업·우주·항공·에너지 산업으로의 혁신적 도전’ 세미나에 참석해 “선진국들은 무기 수출 계약시 정부 금융지원을 일반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폴란드 정부도 당연하게 이를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지원이) 늦어지게 되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금융지원이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경쟁국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폴란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2차 실행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국의 방산 선진 기업에게 딜을 뺏길 가능성도 지금 존재한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 사진=한화

다만 법정 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올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된다. 지난 8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남은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은법 개정이 불투명해졌지만, 정부가 대신 무기를 미리 구입해 판매국에 보증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차원에서 미국의 FMS(대외군사판매)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방위 차원에서 될 일은 아니고 금융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FMS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군수물자 및 장비 판매제도다. 미국 정부가 우방국을 대신해 방산업체로부터 장비를 구매해 넘겨주면 동맹국은 추후 해당 비용을 지급한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보상 제도 정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화그룹은 우수 인재 확보 방안으로 장기적 관점의 보상안인 RSU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사장은 “3년 정도 내부 토론 과정을 통해  RSU를 도입하게 됐다”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법적 근거와 여러 세제상 이슈가 있다”며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RSU는 회사가 현금으로 자기 주식을 취득해 이를 일정한 제한조건 아래 직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스톡옵션 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주식 보상 방식으로 지난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입을 시작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RSU를 받은 임직원은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최종적으로 지급받는 보상액이 달라지므로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사장은 “현재는 경영진에게 RSU를 지급하고 있지만 향후 논의를 거쳐 대상을 직원까지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최우석 법무법인 현암 변호사는 “RSU 제도 자체는 현행 상법에 규정돼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면서 “부여 대상자, 부여 수량, 부여방식 등 RSU에 관한 전반적인 규정을 명확히 한다면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설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항공이라는 플랫폼이 존재하는 한 여러 가지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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