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원자재 저가 공세에 가격·점유율 경쟁서 밀린 국내 기업
제도적 지원 혜택 마련으로 韓 태양광 생태계 지킬 시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태양광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지만 국내 관련 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심각한 의존도에 우리나라 태양광 부품 기업은 하염없이 쓰러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산업 부품별 점유율은 ▲웨이퍼 97% ▲셀 84% ▲모듈 77% ▲폴리실리콘 76% 등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1~8월 기준 태양전지용 웨이퍼의 99%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 자회사가 건설한 태양광 설비에 쓰인 부품 역시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한전 등이 운영하는 20개 태양광 사업체 중 중국산 모듈이나 셀을 100% 사용하는 곳은 12곳에 달한다. 나머지 8곳 역시 중국 부품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한전 등과 같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태양광 사업을 펼치는 민간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이 중국산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는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낮은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는 폴리실리콘에서 시작한다. 이 원료로 모듈이나 셀 등을 제조하는데, 원가의 약 40%가 전기료다. 중국 정부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 대규모 화력 발전소를 지어 폴리실리콘 공장이 낮은 전기요금으로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중국과 달리 지원 혜택이 부족해 가격 및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태양광 관련 회사가 사업을 철수했다. 웅진에너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웨이퍼와 잉곳(태양전지에 쓰이는 실리콘 기둥)을 생산했지만, 중국산 원료의 강력한 공세에 문을 닫아야 했다.

시장에선 정부나 국회가 국내 태양광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국처럼 뚜렷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수입할 때 높은 관세를 부과해 한국 태양광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은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대표 기업인 한화의 경우 현지 태양광 주거·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장기간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쌓아온 ‘공든 탑’은 중국의 거센 공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제도적 지원을 통해 공든 탑을 아직 보수·강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의 빠른 결단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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