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기관 물량 중 51.6%가 1개월이상 의무보유확약 제시
상장 직후 유통물량 24.77% 불과···절반 이상 추가로 묶일듯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신청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 두산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대부분 상장 직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상장직후 유통가능한 주식비중이 낮았다. 여기에 수요예측에서도 기관들이 대거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하면서 상장 직후 매물이 적어 주가가 급등하는 ‘품절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의무보유확약 제시 비율 ‘51.6%’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한 증권신고서를 재공시했다.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1920개 기관(국내 1660개, 해외 260개)은 총 24억2379만주를 신청했고 경쟁률은 272대 1을 기록했다. 희망공모가범위(2만1000~2만6000원) 상단 이상에 주문을 낸 기관은 전체의 94.79%에 달했고 공모가는 상단인 2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수요예측 신청물량 24억2379만주는 공모가 기준 약 63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수요예측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전체 신청 물량 24억2379만5018주 가운데 일정 기간(15일~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 신청물량 비율이 무려 51.6%(12억5073만8618주)에 달했다는 점이다.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제시하지 않은 신청물량은 48.4%(11억7305만6400주)였다.
두산로보틱스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은 일반적인 IPO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IPO기업 가운데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이 50% 이상을 기록한 것은 필에너지(59.23%), 한화리츠(55.78%), 알멕(51.12%) 뿐이다. 지난해 IPO기업 중에서도 50% 이상은 LG에너지솔루션(77.38%), 스코넥(59.95%), 포바이포(55.52%) 등 3건에 불과했다.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그만큼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주를 배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통상 IPO에서 의무보유확약기간을 길게 제시할수록 우선배정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을 통해 기관에 배정되는 공모주식 가운데 대부분은 일정기간 매각이 불가능하고 최소한의 물량만 상장 직후 매각가능 주식으로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품절주 효과 발생할까···따따블 가능성은?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 결과 발표를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직후 주가 전망도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직후 유통주식수가 부족해 주가가 급등하는 ‘품절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한층 우세해졌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배구조와 공모구조상 전체 상장주식수 대비 상장 후 증시에서 유통가능주식 비중이 낮은 종목이다.
상장 전 두산로보틱스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지주사 두산이 지분 90.91%(4420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와 3대 주주는 코봇홀딩스(6.82%·331만4990주)와 케이아이피로보틱스(2.27%·114만990주)다. 코봇홀딩스는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이고 케이아이피로보틱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다.
최대주주인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후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에 대해 절반씩 쪼개 각각 1년, 2년간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했다. 상장 후 1년 동안은 한주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코봇홀딩스와 케이아이피로보틱스 역시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운데 30%에 대해 상장 후 1, 2, 3개월로 나눠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했다.
전체 공모주식 1620만주 가운데 우리사주로 324만주가 우선배정된다. 우리사주 풀청약시 기관 및 일반투자자에는 나머지 1296만주가 배정된다.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 동안 매각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기존 주주들의 의무보유확약 설정을 더해 두산로보틱스 상장예정주식수 6481만9980주 가운데 75.23%에 해당하는 4876만5994주가 상장 직후 유통 불가능한 주식이 됐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 주식수는 전체 상장주식수의 24.77%에 해당하는 1605만3986주에 불과하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 신청물량이 51.6%에 달하면서 기관 배정 물량 가운데 대부분에도 의무보유확약이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직후 실질적인 유통가능물량은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신규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된 이후 최초로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의 400%까지 상승하는 ‘따따블’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공모금액이 4212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조6853억원에 달하는 ‘대어’이기에 따따블로 가기 전에 이미 증시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소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21∼22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하고 다음달 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인수회사인 키움증권, 신영증권, 하나증권 등에서 청약신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