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조장하는 국내 증시의 공매도 수기작성
금융당국,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전산화 요구는 묵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금융당국의 공매도에 대한 부실한 대처를 놓고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평균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6% 전후 수준으로 다른 달 대비 1~2%P 높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2차전지 종목에 몰려있다.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이다. 이들 공매도 잔고총합은 최근 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개인들은 에코프로를 통해 공매도 세력과 1차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6~27일 벌어졌던 사상 유례없는 2차전지 종목급락 사태 이후 전세는 확연히 바뀐 상태다.
당시 2차전지 종목들의 급락은 특정 시간에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작전’이라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들이 짜고 특정 시간에 맞춰 막대한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밝혀진 것은 없고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개인들이 당국을 불신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가운데 하나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미결제 사태가 아니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종종 금융당국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어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보도자료가 발표된다. 얼마 전에도 ESK자산운용·AUM인베스트,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 퀀트인자산운용, 미국 스톤엑스 파이낸셜 등이 2차전지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매도 주문을 넣었다가 ‘무차입 공매도 제한 규제’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부과된 과징금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이다. 단순 실수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발표했던 공매도 적발 보도자료에서 고의로 무차입공매도를 했다는 설명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무차입공매도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고는 추정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그들에게 과징금은 그냥 수수료에 해당할 것이다.
무차입공매도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공매도 전산화를 하면 된다. 대부분의 외국 증시에서는 전산화가 되어 있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전산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전산화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여전히 수기(手記)로 작성되고 있다.
약간의 상상을 펼쳐보자면 국내 증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개인들을 털어먹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이해관계 일치일 수도 있다. 이와 맞물려 금융당국 관료들의 원활한 재취업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니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을 음모론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