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추선(드릴십) 재고 고민 해소···6000억원 이상 유동성 추가 확보 예상
8년만의 흑자전환 전망···영업이익 창출 통한 부채 부담 해소 여력도
신용등급 BBB+ 상향 기대감···공모채 시장 복귀하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오랜 불황을 견디다 수주 호황기를 맞은 삼성중공업이 악성 재고로 남아있던 원유시추선(드릴십) 4척 매각에 따른 출자금 분배를 받으며 재무 부담을 덜어낼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8년 만의 흑자전환이 기대되면서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큐리어스)는 삼성중공업에게 1조400억원에 인수한 드릴십 4척 가운데 마지막 남은 ‘드라코’를 한 노르웨이 기업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으로 큐리어스는 드릴십 4척 모두를 매각하게 됐다. 드릴십 한 척 당 계약 가격이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큐리어스는 16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매각을 위해 큐리어스에 59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큐리어스의 재고 드릴십 인수 금액과 투자금의 차액인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재무 부담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큐리어스가 드릴십을 인수한 지 1년 4개월 만에 전량을 매각하면서 후순위 출자를 단행한 삼성중공업도 매매계약에 따라 조기에 출자금 분배를 받을 전망이다. 사모펀드 운용비 및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삼성중공업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 출자비율 55.1%을 따지면 총 6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성 재고였던 드릴십 문제를 해결한 가운데 업황 개선에 따른 이익 실현도 본격화됐다. 이에 8년간 적자였던 삼성중공업 실적도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수주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다. LNG운반선 및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가 선박건조 비중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조9914억원, 2117억원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이 제시했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 2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의 현금 곳간에 돈이 쌓이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2871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올해 2분기 65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채무 상환 부담이 있긴 하지만 향후 영업이익 창출을 통해 부채 부담을 상당히 줄여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 건전성 개선 노력에 더해 이익 실현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 상승 기대감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BBB’,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건 짧게는 6개월 내 등급 상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의 재무구조도 나신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상향조정 검토’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시 나신평은 등급 ‘상향조정 검토 대상’ 조건으로 견조한 수주 실적에 따른 매출 증가 및 영업이익 흑자 기조 안정적 유지,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의존도 35% 이하 등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조정순차입금의존도는 39.9%다.
신용도 상향에 따라 사모채 시장에만 의존했던 삼성중공업이 다시 공모채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5년 이후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공모채 시장을 떠났다. 대신 사모채 시장에서 우회 조달을 활용하고 있다.올해에만 세 차례 사모채 발행을 통해 2250억원을 조달했다.
삼성중공업이 신용등급 향상을 이뤄낸다면 공모채 시장 복귀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채 시장은 공모채 시장보다 문턱은 낮지만, 금리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경우) 수주잔고가 쌓이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 경쟁이 이뤄지면서 자금 조달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