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기술 없는 삼성중공업, 중장기 경쟁력 악화 우려
무리한 투자보단 흑자전환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
경쟁력 가진 FLNG 통해 수익성 확보 총력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와 한국조선해양이 각각 HSD엔진과 STX중공업 등 엔진 업체 인수에 나선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엔진 기술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주로 HSD엔진에서 엔진을 공급받는데, 이대로라면 경쟁사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흑자전환 달성을 우선으로 하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엔진 수직 계열화에 힘을 쏟기 보다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며 적자 해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연결기준 영업손실 8544억원을 기록해 적자 경영을 이어나갔다. 전년보다 매출은 10.2%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34.9% 감소해 적자 폭이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유로 인력난에 따른 외주비·인건비 인상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를 꼽았다.
8년째 적자인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돈 버는' 기업으로 바뀔 것이라 자신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가이던스로 2000억원을 직접 제시했다. 자신감은 수주실적에서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122억달러, 지난해 94억달러를 수주해 모두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러한 수주 성과가 올해부터는 매출로 잡힐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흑자전환 목표에 치중하며 경쟁사들의 엔진 내재화 전략에는 동참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해양 인수를 앞둔 상태에서 HSD엔진 인수에 나섰고, HD현대 또한 STX중공업 인수 본입찰에 참가했다. 양사가 선박 엔진 전문회사 인수 추진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향후 한화그룹과 HD현대 양강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진 기술이 없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엔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선주들은 배를 주문할 때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엔진 기술을 내재화한 업체가 수주에서 유리한 환경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선 제작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술적으로 엔진 기업과 선박 기업의 협업이 중요해졌다"며 "엔진 기술 내재화를 이룬 기업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일단 '잘하는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당장 적자 경영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FLNG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겠다는 방안이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성안 부회장은 손꼽히는 '플랜트 전문가'로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에 일조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엔진 전문 기업 인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경쟁사보다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FLNG 발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FLNG를 한 척 정도 더 수주하면 올해 수주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채비율 305%↑···운전자금 증가가 원인
삼성중공업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수혈을 받기 어려운 등급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305.71%로 안정적 기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200%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2020년 247.54%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1조2757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96.26%로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오른 것이다.
다만 지난해 오른 부채비율은 크게 우려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수주에 기반한 선사에게 받은 선수금, 선박 건조에 따른 운전자금 증가가 부채 증가로 이어져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헤비테일' 잔금 지급 방식에 따라 공정 앞단에서는 운전자금이 증가한다"며 "조선사들은 건조 물량이 증가하면 운전자금이 필요해져 부채비율이 올라가지만 선박이 인도되면 개선이 되는 인과관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45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