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 올해 운송 인프라 확충에만 160兆 투입
PVC, 건설·건축재로 폭넓게 활용···인도 수출량 증가

LG화학 충남 서산 대산공장. /사진=LG
LG화학 충남 서산 대산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인도의 올해 몬순(우기)이 이달 종료될 예정인데, 이 기간 내린 비의 양이 ‘역대 최저’인 것으로 집계됐다. 8월 강수량은 162.7mm에 머물면서, 같은달 평균 기온은 19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만큼 비가 적게 내렸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인도 남부 지역은 평년 대비 60%, 중부 47%, 북서부 37% 비가 적게 내렸다.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면서 몬순은 과거보다 이른 시점에 끝날 전망이다. 때 이른 우기 종료에 맞춰 인도 정부를 시작으로 건설에 대한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프라 중심의 투자 재개 움직임이 빠르게 감지된다.

앞서 인도 정부는 1220억달러(약 160조원)를 연내 운송 인프라 확충에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몬순 조기 종료에 이 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PVC(폴리염화비닐)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업황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PVC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수명이 긴 소재로 내구성과 내화학성, 절연성 등이 뛰어나 파이프와 섀시, 벽지, 바닥재 등 건축재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역시 건설 투자에 나서며 PVC 물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4사의 대표 제품은 PVC다. 인도의 커지는 PVC 수요에 부합하면서 국내 물량이 대거 인도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도향 PVC 수출금액은 1억6049만달러(약 2120억원)다. 지난해 동기 대비 19.2% 증가한 규모다.

우리나라의 PVC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중국향 물량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12% 줄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파산 신청을 내는 등 현지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부동산은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데,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도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단, 인도향 물량이 증가하면서 중국 감소분을 일부 상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PVC 제품 수출량 중 절반가량이 인도로 수출될 예정”이라며 “중국 시장 둔화에도 인도에서 건설·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1~8월 우리나라의 인도 PVC 수출량은 약 20만t으로 전년 대비 약 67% 증가했다. 시장에선 9~12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물량이 인도로 건너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악화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기업에 ‘단비’가 되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PVC 시황이 범용 플라스틱 제품군 중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가 운송 인프라 외에도 다양한 추가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어 PVC 수출량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