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기계, 사업시작 후 34년째 글로벌 점유율 1위···STX 인수로 굳히기 돌입
해양플랜트, 올 상반기 매출 7393억 전년比 3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다소 침체된 가운데에도 엔진기계 및 해양플랜트 부문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이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두 사업부문은 반년 만에 올해초 수립한 수주 목표의 대부분을 벌써 달성하기도 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6972억원, 270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2891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주 물량 건조 및 신규 계약에 힘입어 흑자를 달성했다.
흑자전환의 배경에는 엔진기계와 해양플랜트 부문의 매출증가가 있다. 올해 상반기 엔진기계 부문의 매출은 1조1841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2021년(7208억원)과 2022년(7455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엔진기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2021년 18.3%에서 지난해 17.9%, 올해는 20.8%가 됐다. 선박 부문의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엔진기계가 흑자전환의 ‘선봉장’ 역할을 한 셈이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 부문은 1989년 관련 사업을 시작한 이후 34년째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대형 엔진 시장의 점유율은 약 36%다. 한화오션이 HSD엔진 인수로 현대중공업을 추격하려 하지만, 아직 점유율 차이가 크다. HSD엔진의 점유율은 약 20%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STX중공업 지분 35%를 사들이며 엔진기계 사업이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STX중공업의 엔진 점유율은 5% 수준으로 인수 과정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40%가 넘는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한다. ‘1위 굳히기’에 나서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로 대형엔진뿐만 아니라 중소형 엔진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선택과 집중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대형에, STX중공업은 중소형 엔진에 집중해 생산 효율성을 증가시켜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구조물 및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등을 건조하는 해양플랜트 부문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모습이다.
이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39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506억원) 대비 약 3배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반기 기준 ▲2021년 5.5% ▲2022년 6.0% ▲2023년 13.0% 등으로 증가 추세다.
해양플랜트는 표준화된 설계 적용이 어려워 프로젝트마다 다른 설계 및 기술력이 필요하다. 일반 선박보다 제작기간이 길고 공사 금액도 많아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엔진기계 밎 해양플랜트 부문은 매출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도 많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반기 엔진기계 신규 수주액은 20억2300만 달러(약 2조6700억원)다. 올해초 수립한 연간 수주목표의 83.6%를 반년 만에 달성했다.
해양플랜트의 수주 속도는 더욱 매섭다. 12억1900만달러(약 1조6100억원)를 신규 계약해 목표치의 99.6%를 채웠다.
HD현대는 “시장의 다양한 기술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및 중소형 엔진에 더해 이중 연료 추진선에 쓰일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엔진기계 및 해양플랜트 일감이 많아지는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