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SSG푸드마켓 7년만에 이마트로부터 다시 양수
이마트 실적 악화 때문?···백화점과 경쟁력 강화 차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마트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SSG푸드마켓’이 다시 신세계로 넘겨졌다. 프리미엄 식자재를 취급하며 고급 슈퍼마켓으로 사업을 이어간 SSG푸드마켓이 7년 만에 이마트에서 신세계 품으로 안겨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굵직한 인수합병(M&A) 단행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SSG푸드마켓을 매각한 것으로 점쳐진다. 신세계가 SSG푸드마켓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23일 신세계는 SSG푸드마켓 청담점과 도곡점의 토지 및 건물을 이마트로부터 양수했다고 공시했다. 양수 가액은 1298억2500만원이다. 양수 목적은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2년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SSG푸드마켓을 선보였다. 2016년 그룹 내 프리미엄 슈퍼 사업 주체를 이마트로 일원화해 사업 역량 강화를 이유로 SSG푸드마켓의 사업을 이마트로 넘겼다. 이후 SSG푸드마켓은 7년 만에 신세계백화점에 안겨졌다.
SSG푸드마켓은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와 프리미엄 식자재를 취급한다. 다만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인수한 이후 목동점과 해운대점 등은 영업부진으로 폐점했다. 현재 SSG푸드마켓은 청담점과 도곡점 단 두 곳이다.
신세계는 지속적으로 이마트가 운영 중인 사업을 양수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는 이마트와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I&C가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47.8%와 28.3%를 각각 1417억원과 837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신세계가 이마트로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영랑호리조트 사업권을 748억원에 넘겨받았다.
이마트가 잇따라 종속기업을 신세계로 넘기는 배경에는 유동성 확보가 있다. 이마트는 최근 5년간 야구단 인수(1480억원), 지마켓(2조4000억원), 굿푸드홀딩스(2045억원)을 비롯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 W컨셉 등 굵직한 사업을 인수하며 5조원가량의 금액을 썼다. 이후 이마트는 이마트 본사 및 성수점 매각, 마곡동 부지 매각 등 자산 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이마트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마트가 보유한 잉여현금흐름(FCF)은 2020년 8662억원에서 2021년 184억원으로 급격히 줄다가 지난해 4084억원의 손실을 냈다. FCF는 보유 중인 자산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사용한 후에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마트 부채비율도 2019년 100.68%로 100%를 넘어선 후 2020년 112.83%, 2021년 151.95%, 지난해 146.24%로 올라선 상태다.
아울러 이마트 실적도 최근 들어 좋지 않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매출 14조40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615억원이나 늘었다. 또 이마트는 올해 1, 2분기 연속 매출에서 쿠팡에게 밀렸다. 이마트가 일부 종속기업을 신세계로 넘기는 데는 실적악화에 대한 부담이 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SG푸드마켓을 넘겨받은 신세계백화점은 “사업 주체 변경을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며 “백화점 운영을 통해 최상급 식재료부터 글로벌 그로서리까지 프리미엄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식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즉 신세계백화점은 SSG푸드마켓을 통해 식품 부문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식품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전·경기·광주신세계 3개 점포에서 식품관 멤버십 ‘신세계 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멤버십은 한우·과일·그로서리 등 다양한 상품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5000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식품관뿐 아니라 경기점에 500평 규모의 테이스티가든으로 새로운 식음료 브랜드를 대거 들였고, 부산센텀시티점에는 고든램지버거를 입점시키며 식품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이마트가 전문점을 잇따라 폐점해왔던 만큼, SSG푸드마켓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이마트는 2019년부터 부진한 전문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지금까지 PK피코크·PK마켓·삐에로쑈핑·부츠 등을 철수시켰다. 현재 이마트가 운영하는 전문점은 SSG푸드마켓·일렉트로마트·토이킹덤·몰리스펫샵 등이다.
특히 이마트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전문점 사업은 부진한 점포 폐점, 점포별 효율 제고, 브랜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을 담보로 한 사업구조로 개편을 시작했다”며 “전문점은 지속적으로 과감한 구조개편을 통해 수익 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반면 SSG푸드마켓은 청담점과 도곡점 두 곳뿐이고, 청담점과 도곡점 인근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없다는 점에서 SSG푸드마켓이 신세계백화점과 시너지로 되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SSG푸드마켓에도 신세계 프라임이 적용되면 강남권 소비자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이 SSG푸드마켓을 운영하게 되면 백화점 식품관 결합으로 오히려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면서 “백화점 내 SSG푸드마켓을 낸다거나 MD 상품력을 강화해 SSG푸드마켓 부문을 키울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