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1번 신세계百 경기점, 단계적 리뉴얼 나서
가족 단위 체험형으로 탈바꿈···10·11월도 변화 예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경기권을 둘러싼 백화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지역 특성상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고객들이 포진돼 있다. 백화점 빅4(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는 일제히 차별점을 두고 출점한 가운데 신세계는 경기점을 가족 단위에 초점을 맞췄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경기점을 체험 중심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는 경기점을 지난 2019년부터 스포츠관·생활전문관·식품관·럭셔리전문관 등 단계적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점포 환경 개선 등에 6347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올해 신규점 프로젝트와 기존점 리뉴얼에 총 5868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출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출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신세계가 백화점 리뉴얼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오프라인 채널 성장 둔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비교한 결과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그러나 채널별로 보면, 편의점을 제외한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매출 비중은 소폭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백화점은 전년 대비 매출 비중이 2.5%포인트 줄었다.

개점 16년이 지난 신세계 경기점은 경기 남부 지역 1번 점포다. 그러나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 2020년 갤러리아 광교점, 2021년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들어서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경기 남부는 1000만명에 달하는 거주 인구와 서울 강남권과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신세계 경기점 기준으로도 롯데백화점 동탄점(15㎞), 현대백화점 판교점(12㎞) 등 경쟁사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기준 경기권 매출 1위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매출 1조4532억원으로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도 5위에 올랐다. 반면 신세계 경기점은 지난해 매출 6442억원으로 전국에서 19위에 머물렀다. 경기권 1번 점포임에도 신세계는 20위에 머무른 갤러리아 광교점(매출 6191억원)과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명품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신세계는 경기점을 가족 단위 체험형 공간으로 리뉴얼해 눈길을 끈다. 신세계에 따르면 이번 경기점 리뉴얼 공사는 2007년 개점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전체 매장 면적의 20%에 해당한다.

이상헌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장 상무는 “쇼핑뿐 아니라 식음·문화·엔터테인먼트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한 체험형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며 “지속적인 공간 혁신과 차별화 콘텐츠를 앞세워 경기 남부 상권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8층 골프전문관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8층 골프전문관 중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8층 골프전문관 중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8층 골프전문관 중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골프전문관에는 시타실이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골프전문관에는 시타실이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는 이번에 경기점 8, 9층을 중심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기존 영화관에 해당했던 경기점 8층은 아동, 골프, 아카데미로, 9층은 CGV 영화관과 테이스티가든으로 탈바꿈했다. 전날 기자가 신세계 경기점에서 만난 직원은 “원래 8층은 CGV였고, 9층은 상영관이었다”고 했다.

우선 신세계는 8층에 경기 상권에 처음으로 나이키키즈, 수입 의류 편집숍 리틀그라운드, 유럽 아동복 보보쇼즈 등은 물론 유모차 대표 브랜드 스토케, 부가부 등을 대거 선보였다. 리틀라운지라고 불리는 유아휴게실도 기존 대비 두 배로 늘려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8층에는 아동복과 함께 골프전문관으로 채워졌다. 골프전문관은 지포어·필립플레인골프·A.P.C.골프·랑방블랑·PXG 등 20여개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스튜디오형 시타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아카데미에는 골프를 배우고 싶은 고객들에게 레슨, 교육 컨설팅을 진행하는 레슨 스튜디오가 있고, 키즈 전용 아트&크래프트 클래스와 자유 체험이 진행되는 S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신설됐다.

경기점에 방문한 소비자 A씨는 “골프채 구경하러 왔다가 시타실에서 구매하려던 골프채 사용해봤다”면서 “브랜드도 많고 시타실에서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유아동 중 일부 코너.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유아동 중 일부 코너. / 사진=한다원 기자
경기점 아이들 전용 스튜디오. / 사진=한다원 기자
경기점 아이들 전용 스튜디오.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 경기점 9층 CGV와 테이스티가든.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 경기점 9층 CGV와 테이스티가든. / 사진=한다원 기자

아이와 함께 방문한 B씨는 “경기점에 요새 인기 있는 아동 브랜드는 모두 모여 있는 듯 하다”면서 “선물사거나 구매하기 편한 것 같고, 특히 아이들 전용 스튜디오를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또 9층은 영화관 CGV와 테이스티가든으로 꾸려졌다. 500여평 규모로 꾸려진 해당 공간에는 렌위치·앤티크커피·호우섬·초이다이닝·소이연남 등 국내에서 인기있는 맛집이 대거 들어섰다.

아울러 신세계 경기점에는 ‘생활 리빙관 10월 새단장 오픈’, ‘남성 컨템포러리 11월 오픈’ 등 안내 가벽도 설치돼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경기점은 다른 지역 1번 점포와 달리 후발주자에게 입지를 위협당하고 있던 터라 브랜드 확보, 리뉴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라며 “백화점들이 영화관을 폐점한 사례는 있지만 신세계가 영화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남부권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꼽히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점이 리뉴얼할 부분으로 경쟁력을 갖출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